수술 않는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 고령·심장질환 디스크 환자도 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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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초소형 내시경과 정밀 레이저를 이용해 허리통증의 원인을 제거한다. [사진 세연통증클리닉]

가정주부인 최미란(49)씨는 종종 가벼운 허리 통증을 느꼈다. 그때마다 ‘이러다 말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최근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들어올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다리에도 찌릿찌릿한 증상이 나타났다.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갑작스러운 허리통증은 보름이 넘도록 지속됐다. 결국 최씨는 병원을 찾았고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허리디스크 환자, 나날이 증가 추세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한다.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면 척추나 근육, 인대 등이 경직돼 가벼운 증상도 악화되는 탓이다.

 통증의 대표적인 원인은 허리디스크다. ‘국민 대표 질환’으로 불릴 만큼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 약 136만 명이었던 허리디스크 진료환자가 2010년에는 160만 명으로 증가했다. 허리디스크는 더 이상 고령자만의 질환이 아니다. 환자 7명 중 1명은 20~30대다.

 허리디스크의 정확한 명칭은 ‘추간판탈출증’. 척추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과도한 압력·외상·노화 등으로 인해 돌출된다. 이때 돌출된 디스크가 척추 주위의 신경을 압박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통증이 발생한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다리·허벅지·발 등의 통증(방사통)과 저림,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저 내시경술로 수술 없이 치료

대다수가 허리디스크는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는 환자도 있다. 수술을 하면 적어도 15일 이상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또 수술 후에는 허리보호대를 착용해야 하고,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고령자나 바쁜 직장인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수술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접수된 척추 수술 관련 소비자상담은 759건, 피해구제는 96건에 달했다. 수술 환자의 5~30%는 수술 후 통증이 다시 재발하는 이른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절개한 수술 부위가 회복되면서 신경과 함께 달라붙는 유착 현상이 생겨서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스크 환자의 80~90%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약물·물리·운동요법과 신경근 차단술 등을 통해서다. 그 가운데 최근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이 주목받고 있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지름 1㎜의 초소형 내시경과 정밀 레이저가 달린 카테터(가는 관)를 돌출된 디스크 부위에 넣어 통증 원인을 제거한다. 내시경으로 환부를 직접 확인하며 치료하기 때문에 주변 신경과 조직을 건드릴 위험이 없다. 또 특수레이저를 통해 염증은 물론 비정상적인 디스크와 인대도 줄인다. 최봉춘 원장은 “치료시간이 30분 이내며, 국소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장질환과 같은 내과질환이 있는 환자나 고령자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크거나, 바쁜 직장인도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디스크 파열 심한 환자도 통증 감소 효과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의 효과는 세계무대에서도 입증됐다. 세연통증클리닉은 지난 6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15차 세계임상통증학회 학술대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허리디스크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시술 전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에 참여한 환자는 일반 디스크 환자와 대량 디스크 파열 환자(척추관이 50% 이상 침범)로 구성됐다. 2회 이상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을 받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들에게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을 시행한 후, 1주·3주·3개월·6개월 동안의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일반 디스크 환자 22명 모두 통증지수(VAS)가 7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대량 디스크 파열 환자 28명 중 20명은 통증지수가 55%가량 감소했다. 최봉춘 원장은 “지금까지 디스크 파열이 심한 환자는 수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도 수술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 허리디스크를 유발하는 나쁜 습관

■ 한쪽 다리를 꼬고 앉는다.

■ 의자 끝 부분에 걸터앉는다.

■ 비스듬하거나 구부정한 자세로 앉는다.

■ 서 있을 때 일명 ‘짝다리’를 짚는다.

■ 쪼그리고 앉아 빨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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