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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상향 효과 … 한국, 부도위험 일본보다 낮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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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의 부도 위험이 일본보다도 낮아졌다. 최근 한 달 새 무디스·피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한 영향이 컸다.

 1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 국채(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4일 현재 68.7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올해 1월 9일(171bp)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CDS 프리미엄이란 일종의 위험지표로 수치가 내려갈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가·기업의 부도 위험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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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중국보다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아졌다. 당시 일본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맞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여기에 다른 위험지표인 외평채 가산금리와 국내 대기업의 부도위험 지표도 동반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에 특히 깐깐했던 S&P까지 7년 만에 등급을 올리면서 한국은 지난해 이후 ‘A레벨 국가’ 중 3대 신평사의 등급이 모두 올라간 유일한 나라가 됐다”며 “국가신인도가 상승하고 외화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장 국내 금융 분야에 호재가 됐다. 한 나라의 ‘금융 신뢰도’를 상징하는 신용등급이 오른 만큼 금융회사는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실제 농협은행이 출범 이후 처음 발행하는 5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 5년물 가산금리는 지난주 희망 수준(1.80%포인트)보다 낮은 1.65%포인트로 결정됐다. 덕분에 발행금리는 연 2.30%로 결정돼 5년물 기준 한국물 최저 발행금리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도 이달 초 10년 만기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1.5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3.14% 수준으로 역시 10년 만기 한국물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단기 가산금리는 전달보다 9.8bp 떨어진 5.0bp로 2008년 1월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국가신용등급 상승으로 외화조달 금리가 0.3%포인트 정도 낮아지면 8개 상장 은행의 이익이 2532억원(1.5%) 증가하고 순이자마진(NIM)도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입은행 이승건 국제금융팀장은 “최근 미국·유럽에서 3차 양적완화(QE3)를 준비하면서 세계 채권시장에선 안정성이 높고 금리조건도 좋은 한국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발행금리 하락은 외화채무를 질적으로 개선시키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돈을 빌리는 조건이 좋아지면서 한국 채권의 만기도 길어지고 조달 통화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주 6억 위안 규모의 딤섬본드 발행 계획을 확정했다. 홍콩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딤섬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국내 시중은행 중 처음이다. 외환은행 자본시장본부 김범래 팀장은 “과거 한국물은 만기 5년짜리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10년짜리로 만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차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해외 채권 발행을 준비하는 금융회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대접받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하나은행 등의 무디스 신용등급은 ‘A1’으로 일본 미즈호코퍼레이션은행 등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 국채와의 스프레드(5년 만기 채권 기준, 클수록 위험도가 높은 것을 의미)는 208~265bp로 일본 은행(135~160bp)보다 높다.

발행시장 분위기는 좋게 형성됐지만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저평가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 같은 지정학적 요인과 정부의 정책 리스크 등이 국내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신용등급은 국가 신용등급과는 별개로 개별 펀더멘털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해용·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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