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뚫어라’ 중국 동북3성 거점 훈춘 항구 없는 도시를 항구도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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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琿春)은 공사 중이다. 시내 곳곳에 건설용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다. 중국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위축에 아랑곳없다. 주택 인테리어 사업자인 장즈슝(張志雄)은 “다른 도시 부동산은 떨어져도 훈춘은 2년 사이 두 배쯤 올랐다”고 했다. 2010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창춘(長春)-지린(吉林)-훈춘을 잇는 ‘창지투 개발 계획’ 덕분이다. 현지 언론은 이를 ‘훈춘의 붐’이라고 한다.

 훈춘의 꿈은 크다. 1980년대 선전(深?)에서 시작해 90년대 상하이 푸둥(浦東), 2000년대 톈진(天津) 빈하이(濱海)로 올라온 개발 열기를 2010년대에 이어받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선 도시들과 달리 훈춘에는 항구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다. 약 50㎞ 떨어진 북한 나진항을 빌려 꿈에도 그리던 동해로 나간다는 구상이다. 계획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완공된 훈춘~나진 왕복 2차선 고속도로가 이를 상징한다.

 훈춘은 항구 도시 기능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4월엔 접경도시로는 처음 국가급 경제특구인 ‘훈춘국제무역합작시범구’로 지정됐다. 이웃 러시아의 연해주와 북한의 나진항을 겨냥한 조치다. 2020년까지 조성될 시범구는 90㎢ 면적에 제조단지, 보세구, 북-중 합작구, 중-러 합작구 등 4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연제성 훈천물류법인 법인장은 “보세구를 만들어 나진항 화물의 세관업무를 훈춘에서 처리하는 것을 검토 중”이며 “그러면 훈춘은 50㎞ 내륙의 항구도시가 된다”고 말했다.

 시내 쇼핑가인 춘청루(春城路)에선 중국어·러시아·한국어가 ‘공용어’다. 주요 간판도 세 나라 말로 돼 있다. 주중엔 하루 1000여 명, 주말엔 3000여 명의 러시아 보따리상이 몰린다. 춘청루의 잡화상인 조선족 김춘복씨는 “올 들어 이제껏 판매가 지난해의 두 배”라고 했다. 훈춘~나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북한행 중국 물품도 급증했다. 훈춘은 지금 동북아의 물류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앙일보·POSRI 공동기획

특별취재팀=안성규 CIS순회특파원,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심상형 POSRI 수석연구원, 김형수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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