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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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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윤창희
사회부문 기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말하는 역대 민선 서울시장 인물평은 재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직원들을 꼼짝 못하게 했던 카리스마형과 상대적으로 모시기 편했던 비(非)카리스마형 분류다.

 초대 민선 시장인 조순 시장은 후자 유형이었다. 취임할 때 나이가 68세에 달해 업무 이해도가 높진 않았지만, 직원들을 믿는 스타일이라 내부 신망이 높았다. 대중적 인기도 최고였다. 선거 당시 인기를 끈 대만 드라마 주인공 포청천을 자처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시장 시절 그가 공개 행사를 가거나 주말 등산만 가도 악수하려는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직원들은 그가 취임 2년여 만에 돌연 대선에 나가겠다며 시장직을 던진 것도 이런 대중적 인기의 달콤한 맛에 취했던 게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한다. 그래도 직원들은 그가 복지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서울복지장기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기억한다.

 이후 등장한 3명의 시장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카리스마형 시장이었다.

 고건 시장은 직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처럼 핵심을 찔렀다. 적당히 보고했다가는 그의 송곳 질문에 망신만 당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좌고우면하는 스타일 때문에 돌파력은 부족했다. 그래도 직원들은 그가 2기 지하철(5∼8호선)을 완성하고, 상암DMC 사업 같은 일을 했다고 말한다.

 일찍부터 서울시장을 꿈꿨던 이명박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준비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청계천 복원과 시내버스 개편이라는 뚜렷한 업적을 남겼고, 이 덕에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건설회사 CEO식의 ‘돌격 앞으로’ 행정에 적응 못한 공무원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오세훈 시장은 쇼맨십만큼이나 열정도 강해 직원들을 많이 채근했다. 만일 그가 중도 사퇴하지 않았다면 역점사업인 한강 르네상스나 디자인 서울은 잘되고 있을까. 직원들은 이미 다수당인 민주당 시의원들과의 감정대립이 너무 심해져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원순 시장은 조순 시장 이래 오랜만에 등장한 비카리스마형 시장이다. 소탈한 성격 때문에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그를 덜 어렵게 대한다. 이 때문인지 매일 토론만 이어질 뿐 결정되는 건 별로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소통과 합의를 중시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행정 내부 서류 공개 같은 공무원들은 생각도 못할 참신한 정책을 내놓는다는 칭찬도 듣는다.

 그런데 그는 정작 고건 시장과 1993∼94년 관선 서울시장을 한 이원종 전 충북지사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 정통 관료의 행정경험을 배우겠다는 것인데, 새누리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도 읽힌다. 전임자들의 공과를 따져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은 옳다. 무엇보다 민선시장에 쏠리는 시민들의 관심과 인기에 취해서는 안 된다. 가는 곳마다 사인을 받으려 몰리는 시민, 지지자들이 쏟아내는 트위터 칭찬을 오인해서는 안 된다. 눈앞의 인기보다는 묵묵한 시정 운영을 통해 평가받는 것, 그게 박 시장이 성공한 시장으로 기억될 수 있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