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 융합에 승부 건 구미, 폴크스바겐·도레이 둥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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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해발 324m 베틀산 자락.

 25t 굴착기 5대가 934만㎡(283만 평) 산자락을 고르고 있었다. 구미의 다섯 번째 국가산업단지 조성 현장이다. 구미시는 2016년 부지 조성이 끝나면 이곳에 첨단 의료기기와 신소재 자동차부품 업체들을 입주시켜 전자도시 구미를 정보기술(IT) 융합제품 도시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남유진 구미시장은 국가5산업단지에 어떤 산업을 유치할지를 놓고 공무원, 기업체 관계자와 머리를 맞댔다. 그의 손엔 ‘구미산업단지 성장추이표’가 들려 있었다. 1971년부터 2011년까지 구미 4개 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수출 비중이 담긴 자료다.

 구미시는 1971년 1산업단지가 조성된 이후 40여 년간 성장을 지속했다. LG의 전신 금성사가 구미에 첫발을 들여 TV를 생산하던 71년 구미지역 수출 생산품은 국내 전체 수출의 0.7%(96억원)를 차지했다. 90년 삼성전자 등 336개 업체가 전자제품을 생산하자 수출 비중은 4.6%(3조5000억원)로 껑충 뛰었다. 10년 뒤인 2000년엔 한국산 백색가전 열풍이 불면서 구미지역 수출은 7.6%(14조9000억원)로 뛰어올랐다. 삼성 애니콜이 인기를 얻던 2005년에는 휴대전화와 전자제품을 앞세워 구미가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7%(36조원)까지 차지했다.

 불황을 모르던 구미는 2006년부터 수출 비중이 5~6년째 곤두박질쳤다. TV와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만으로 ‘수출도시 구미’라는 이름을 지킬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조성 중인 국가5산업단지를 산업구조 재편의 전초기지로 두고 두 가지 IT융합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전자기술에 IT를 보탠 첨단 의료기기와 자동차부품 사업이다.

 본격적인 기업 유치가 시작됐다. 2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독일 폴크스바겐사가 자동차 배터리와 첨단자동차 전자부품을 구미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구미시는 지난 5월 기업체 대표들과 함께 독일 폴크스바겐을 찾아 부품업체 CEO 등과 상호협력에 서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국가1산업단지의 컴퓨터 프린트 생산시설 일부를 리모델링해 의료용 초음파기기 등을 만드는 삼성메디슨의 입주공사를 시작했다. 9월에 첫 제품이 나온다. 또 자동차 신소재 부품인 탄소섬유를 만드는 일본 도레이가 국가5산업단지 입주를 확정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주 여건을 꼽는다. 금오공대 김상희(52·전자공학부) 교수는 “IT 융합산업을 육성하려면 고급인력 유치가 절대적인데 구미는 현재 고급 인력이 만족할 만한 정주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팀=송의호·홍권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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