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증권, 리딩투자증권에 합병…금감위, 승인 않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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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양천식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리지증권의 합병은 사실상 청산 절차"라고 말했다. 이는 브리지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발언으로 주목된다.

양 부위원장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경제 설명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브리지증권의 합병 방침은 '투기자본의 자산 빼돌리기'와 '외국인 투자자 차별'이란 논란을 불러왔으며, 이 때문에 금감원의 승인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양 부위원장은 "인수합병 신청서를 검토해보면 정상적인 합병이라 보기 힘들다"며 " 브리지증권의 대주주인 영국계 BIH(브리지투자 지주회사)가 회사를 청산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빚을 내 기업을 합병하고 그 기업의 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는 LBO(차입매수) 방식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합병 후 정상적으로 기업 운영이 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일 금감위.증선위 간담회에서 인수합병 인허가 기준과 관련되는 재무건전성 등에 대해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며, 27일 금감위 전체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건전성 기준이 되는 리딩투자증권의 영업용 순자본비율의 경우 BIH와 리딩증권 측은 240%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감위는 인허가 기준(150%)에 못 미치는 11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BIH는 금감위의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브리지증권에 대한 청산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해 왔다.

금감위는 지난 6일 금감위.증선위 간담회에서 리딩투자증권의 브리지증권에 대한 출자승인 및 양 사의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논의한 결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위원들은 합병 후 자산 매각에 의한 주식 인수 대금 지급 계획과 인수자의 적격성 문제에 대해 논란을 벌였다. 특히 BIH가 거의 90%에 가까운 회사 자산을 회수하도록 설계된 LBO 방식에 논란이 집중됐다. 기업 인수합병을 위해 LBO 방식이 활용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회사 자산의 대부분을 매도자가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청산이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이처럼 과도한 자산 회수가 이뤄진다면 합병 후 존속회사의 정상영업 가능성에도 의문이 있다는 입장이다. 합병비율 산정과 관련된 브리지증권 소액주주의 피해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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