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용사 인터뷰 책 낸 미 한인 고교생 1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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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의원을 찾아 경험담을 듣고 있는 학생들. 왼쪽부터 패트릭 차·최정욱 학생, 랭글 의원, 박정현·이영훈·이소빈·오원준 학생.

미국 워싱턴D.C 인근에 사는 한인 고교생들이 한국전쟁 참전 미군 용사들의 증언을 담은 책을 펴냈다. 제목은 『당신들은 잊혀지지 않았다(You are not forgotten)』. 참전 용사들의 용기와 한국전의 의미를 잊지 말자는 취지다.

 대부분 재미 한인 1.5~2세로 구성된 학생 10명은 찰스 랭글(81) 미 하원 의원 등 모두 15명의 미국·캐나다 참전 용사를 인터뷰해 책에 담았다. 1971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당선된 뒤 41년(21선)간 미국 의정 단상을 지킨 랭글 의원은 한국전 개전 초기 미 2사단 소속 포병대대 하사로 참전했다. 장진호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채 동료들을 구해내 동성무공훈장(Bronze Star Medal)을 받았다. 이런 경험이 그의 의정 생활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쳤다. 뉴욕 할렘의 가난한 흑인 청년 랭글이 한국전에 참가한 이유는 뭘까. 한인 고교생들은 한국전쟁의 의미를 랭글 의원에게 묻고 책에 기록했다. 윌리엄 웨버(86)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재단 이사장은 한국전에서 팔과 다리를 모두 잃었다. 지금은 워싱턴D.C 한국전 기념공원에 참전 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회상의 벽’을 세우는 캠페인을 벌인다.

 학생들은 지난해 9월 SOS(Silent Outcry of Students)란 한인 고교 클럽을 결성하고 한국전 관련 탐사 활동을 벌였다. 내년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자는 뜻에서다. 그러다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참전용사 마을(Retirement Village)을 취재하면서 한국전의 아픔이 지금도 치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아있는 한국전의 아픔을 알리자.’ 이들이 책을 쓰게된 동기다. 모임의 리더격인 최정욱(17·맥클린고 12학년)군은 “출간된 책을 미 의회 도서관에 기증해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한국전이 잊혀져선 안 되는 전쟁이란 사실을 계속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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