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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한국은 주요 파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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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콘스탄틴 브누코보
주한 러시아 대사

러시아, 특히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해 빠르게 성장 중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2011년 하와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아태지역은 글로벌 성장의 최전방”이라는 내용의 선언도 채택됐다. 따라서 러시아는 아태지역과 협력하고 역내 통합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오는 8~9일 열릴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러시아는 아태지역의 이 같은 주도적 지위를 견고히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는 ▶아태지역의 에너지·교통·과학기술·환경 분야의 문제 해결 ▶‘문명 간 실효적 대화’의 발전 ▶역내 군사·정치적 안보 ▶국제 테러에 대한 긴급 대응 및 효율적 근절을 위한 협력 확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제안을 하게 될 것이다.

 APEC의 핵심 방향은 아태지역 내 무역·투자의 지속적 자유화와 역내 경제통합 강화다.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무역 자유화 논의 및 APEC 참여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은 아태 시장이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대되고 APEC의 통합도 새 국면을 맞게 해줄 것이다.

 러시아는 식량 안보를 위해 APEC 차원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어려운 지금 안정적 식량 시장을 구축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상호투자 확대, 첨단기술 활용 같은 방법을 통해 농업 부문의 지속적 발전을 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아태지역 통합은 교통물류 시스템의 현대화라든지 APEC 내에서 자주 언급되는 역내 생산·판매망의 호환성 보장이라는 과제와도 연결돼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아시아와 유럽을 최단 경로로 연결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북동항로(NSR)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두 운송로의 현대화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러시아도 잘 인식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들은 러시아의 제안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안정적 경제성장에 혁신적 발전은 필수다. 이를 위해 교육 및 인력개발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으며 지적소유권 보호도 실질적 현안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APEC 차원에서 이 분야에 공동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시장의 주요 에너지 공급자다. 하지만 회의에서 에너지 무역만을 강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 이 문제가 아주 중요한 현안이긴 하지만 미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여타 역내 국가들과 에너지 안보 및 녹색성장에 관해 다양하고 폭넓으며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자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12년 5월 7일에 서명한 ‘대외정책 문제에 관한 첫 대통령령’에서 대한민국을 아태지역의 주요 파트너국 중 하나로 꼽았다. 2011년 11월 상트페테르부르크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상대국을 역내 핵심 전략 동반자로 보는 한·러 양국 관계 현황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엔 전 세계 경제 불황에도 양국 교역은 250억 달러를 기록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처럼 한·러 관계는 자국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특유의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 앞서 두 나라는 APEC 틀 안에서 실질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아태지역의 통합은 양국 모두에 중요하며 역내 발전은 양국의 우선 과제, 목적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한·러가 함께 노력하면 2012년 아시아·태평양의 통합을 강화하는 데 새로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콘스탄틴 브누코보 주한 러시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