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9시30분쯤 부산시 연제구 연산4동 교보생명 앞. 연산역 방면으로 달리던 트라제 승용차가 갑자기 중앙선은 넘어 불법 유턴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산연제경찰서 교통과 소속 김현철(34·사진) 경장은 즉각 차량을 세우고 교통 위반 스티커를 발부하기 위해 운전석 쪽 범퍼 쪽에서 차 넘버 등 신분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운전자 정모(34)씨는 갑자기 돌변해 김 경장 쪽으로 핸들을 틀어 가속 페달을 밟았다. 김 경장은 충격을 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차량 보닛 위로 뛰어올랐다. 김 경장은 “운전자가 차 문 유리도 조금만 열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범죄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악착같이 차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이후 정씨는 차량을 좌우로 움직이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아 김 경장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김 경장은 이에 맞서 양팔을 벌려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틀 유리창의 고무 부분을 손끝으로 붙잡았고, 두 발은 와이퍼 부분 공간에 밀어 넣어 버텼다. 그렇게 25분 정도 광란의 질주가 이어졌다. 김 경장은 “한 10여 분간은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기가 생겨 내 손으로 용의자를 꼭 잡겠다는 생각에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또 도중에 도로가 혼잡해 도주 차량이 잠시라도 서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결국 김 경장을 매단 차량이 역주행을 하다 택시에 막혀 급정거를 했다. 그 양 옆과 뒤를 순찰차가 가로막는 순간 김 경장은 차 문을 열고 도망가는 정씨를 곧바로 뒤쫓았다. 그는 200m 정도 뒤쫓은 끝에 연산도시철도역 지하도에서 결국 정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였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다음 날 정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로 구속했다.
특공대 출신으로 태권도 등 종합 14단의 무술 유단자인 김 경장은 이날 검거 과정에서 가슴 타박상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택시 블랙박스에 담겨 있던 그의 동영상이 퍼지면서 유튜브 게시판에는 “다이하드 경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멋지다” 등의 격려성 댓글이 200여 개가 달렸다. 트위터에서도 40만 회 이상 리트윗 됐다. 김 경장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다친 사실을 숨겼다” 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