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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카트리나 덮치나 … 미 남동부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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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남동부 해안이 18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악몽에 떨고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을 덮쳐 12명의 희생자를 낸 열대성 폭풍우 ‘아이작(Isaac)’이 이르면 28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남동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멕시코만으로 들어선 아이작은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빨아들이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육지에 상륙할 때는 최고시속 176㎞의 강풍을 동반한 2급 허리케인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허리케인 경보를 발령했다.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루이지애나주는 4000여 명의 주 방위군을 긴급 소집했다.

 현재까지 아이작의 진행경로는 카트리나와 흡사하다. 멕시코만으로 접어든 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인근으로 북상하고 있다. 2005년 루이지애나는 카트리나로 인한 직접 피해와 이어진 바닷물 범람으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810억 달러 상당의 피해를 봤다.

 카트리나는 허리케인 중 가장 강한 5급이었다가 루이지애나 상륙 때는 3급으로 세력이 약화됐다. 열대성 폭풍우인 아이작은 육지에 도달할 무렵엔 2급으로 강해져 카트리나 못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29일은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든 지 7주년이 되는 날이다.

 플로리다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선 이미 강풍 때문에 1000편에 가까운 항공기 운항이 결항됐다. 키웨스트 관광지의 식당과 상점도 대거 철시했다. 루이지애나주는 저지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강풍이 몰고 올 해일에 대비해 제방을 점검했다. 주택가는 창문에 널빤지를 대고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침수에 대비했다.

 남동부는 미국 석유·천연가스 생산기지여서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걸프만 지역은 미 원유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유시설의 19%는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에 몰려 있다. BP와 로열 더치 셸 등 걸프만 지역 석유회사들은 서둘러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아이작을 우려해 전당대회 날짜를 하루 연기한 공화당은 난감한 표정이다. 아이작이 멕시코만으로 들어서면서 세력이 강해져 전당대회가 열리는 탬파베이도 허리케인 영향권에 들어 강풍과 폭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엔 6만5000여 명이 운집할 것으로 보여 공화당은 일기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아이작이 통과한 아이티에선 어린아이 3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사망했다. 인근 도미니카공화국에선 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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