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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장, 하루 250만원짜리 국토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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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채인석(49·사진) 화성시장이 시 예산 5000만원을 들여 1인 국토대장정에 나선다. 지역 현안 해결을 중앙정부에 촉구하기 위해서라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20일 화성시에 따르면 채 시장은 24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을 출발해 21일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도보로 국토를 종단한다.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와 주한미군 반환공여지(매향리 쿠니사격장)에 대한 국고 지원, 화성호 담수화 정책 전환 등을 여론화하기 위해서다.

현직 단체장이 국토종단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종단에는 운전기사 등 수행원 2, 3명만 동행한다. 행사 예산으로 5000여만원을 편성했다. 처음에는 3억원을 들여 이벤트를 극대화하려다 대폭 줄였다. 예산은 참가자들의 숙식비와 지역별 서명운동 경비로 쓰인다. 서명운동을 제외하곤 3, 4명이 먹고 자는 데 하루 250만원씩 쓰는 셈이다. 시민들 사이에 ‘호화대장정’이란 비아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자치단체장이 수천만원씩을 들여 국토종단을 하는 걸 시민들은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의 부채는 현재 약 2300억원이다.

 국토대장정을 통해 화성시가 노리는 효과도 미미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지난 5월 이미 세종시에 들어서는 게 결정됐다. 다른 주제들도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시가 목표로 정한 서명운동 참여자 수도 고작 3000~5000명 수준이다. 화성시 비전담당관실 관계자는 “앞서 시민들로부터 받은 10만 명 서명부와 이번 국토종단에서 받을 서명을 합쳐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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