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결산 (2)

중앙일보

입력

◇ 샌앤토니오 vs 미네소타

'21번대 21번, 벌어져만 가는 그들의 경력차이'

두팀간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롭다. 매경기 접전을 펼치는 것도 재미있는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똑같이 21번을 달고 나오는 양팀 파워포워드간의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다.

라이벌로 평가되는 팀 던컨과 케빈 가넷, 하지만, 어느새 그들의 경력차는 벌어져 가고만 있다. 경기는 접전으로 흘러도, 언제나 마지막에 웃는 자는 팀 던컨이었다. 던컨이 신인왕 타이틀에 이어 우승반지까지 손에 거머쥐는 동안, 가넷은 센세이션을 몰고왔던 마베리와의 콤비시절 이후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였다. 미네소타는 매경기 근소한 차로 경기를 끌고 갔지만 결국 또다시, 승부는 샌앤토니오의 3:1승리였다. 2년전 플레이오프에서 던컨에게 매경기 트래쉬 토크를 퍼부으며,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케빈 가넷은 없었다.

그는 굳게 입을 다문 모습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경기에 임했지만 전투사다운 기질을 보여야 하는 승부의 순간마저 묵묵하기만 했다. 오히려 신인때보다 한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팀 던컨과 비교해볼때 그동안 쌓아놓은 그들의 경력의 차이가 둘의 성격마저 바꿔놓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 LA 레이커스 vs 포틀랜드

'레이커스를 꺾기 위한 오프시즌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으로-'

지난시즌 지구결승 7차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3쿼터까지 15점차로 끌려가던 레이커스가 4쿼터에 대역전극을 펼쳐서 결승에 진출, 결국 우승까지 이루게 한 계기가 되었던 그 경기를 말이다.

포틀랜드는 당시 대단한 충격을 받았고, 오직 '타도 레이커스'를 목표로 베테랑 파워포워드 데일 데이비스와 숀 켐프를 영입했다.

두 팀을 만들어도 될 정도의 두터운 라인업은 시즌중반이후 삐걱거리기시작,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타도 레이커스'는 커녕 0-3으로 허무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데일 데이비스는 샤킬 오닐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시즌내내 고전하던 숀 켐프는 코카인으로 인해 코트가 아닌 재활센터에서 땀을 쏟고 있었다.

에이스인 라쉬드 월러스는 정규시즌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테크니컬 파울행진을 벌였고, 불스시절 6번의 우승 신화 스카티 피펜은 '코비가 조던 흉내를 내고 있다'며 한심한 불평이나 하고 있었다.

이 정도 상황이면 굳이 경기내용을 말하지 않아도 포틀랜드가 완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되지 않을까?

◇ 새크라멘토 vs 피닉스

'정규시즌 3위, 그들의 돌풍은 요행이 아니었다'

경험부족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1차전을 피닉스가 잡으며 '혹시나?'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지만, 역시 킹스는 강했다. 최초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을 노리는 웨버는 오히려 긴장을 했는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스토야코비치가 그 몫을 충분히 메꿨다.

킹스의 플레이는 정규시즌과 크게 다를바 없이 공수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고, 선스는 매년 제기되어 오던 '인사이드 부재'의 문제를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한채 쓸쓸하게 퇴장해야만 했다. 킹스로서 또 하나 만족스러운 점은 시즌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포인트가드 제이슨 윌리엄스가 팀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 유타 vs 댈러스

'지는 해, 그리고 뜨는 별'

15년넘게 코트를 지배하고 있는 스탁튼과 말론 콤비의 유타, 그리고 핀리, 노비츠키, 내쉬의 영스타 들이 이끄는 댈러스.

두팀의 대결은 사실상 NBA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느냐를 가늠하는 경기였다. 유타는 1,2차전 홈에서 가볍게 2승을 챙기며 아직은 그들의 세대라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3차전에서 댈러스는 오랫만에 플레이오프를 구경하러 온 홈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승을 챙겼다. 4차전에서는 댈러스 트리오의 막강 3점슛을 앞세워 대승, 심상치 않은 조짐을 비췄다. 하지만, 유타는 홈에서 펼쳐지는 5차전에서 3쿼터까지 10점이상을 앞서가며 2라운드 진출을 눈앞에 두었다.

여기서, 댈러스의 기적이 시작된다. 내쉬가 4쿼터 추격전에서 3개의 3점슛을 퍼부으며 동점을 만들어, 유타의 홈팬을 술렁거리게 만들더니만, 9초를 남기고 캘빈 부스가 역전 골밑슛을 터뜨린다. 그리고, 유타는 마지막 공격에서 러셀의 3점슛과 말론의 중거리슛이 림을 외면, 결국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그야말로 분위기를 타면 놀라운 능력을 보이는 젊음의 패기가 꾸준한 관록을 누르는 순간이었다.

패배한 유타 재즈에게는 위로를, 11년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2라운드 진출을 일궈낸 댈러스 매버릭스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특히, 몇년간의 지도끝에 약팀을 강팀으로 만든 돈 넬슨 감독과, 농구에 대해 지나치게 광적이지만, 매버릭스의 농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구단주 마크 큐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