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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범 해외도피 빈발… 내사중 출국금지 추진

중앙일보

입력

최근 빈발하는 금융사고와 부실기업 관련자에 대해 내사나 조사 단계에서 출국금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당국의 내사.조사 단계에서 해외로 도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실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의 임직원.주주.연대보증인을 상대로 내사.조사하는 단계에서도 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출국금지 업무 처리규칙' 을 바꿔달라고 지난달 법무부에 건의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3일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조사나 내사가 시작되면 곧바로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아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며 "이를 막기 위해 법무부에 규칙 개정을 요청했으며, 곧 개정안이 확정될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출국금지 요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금융기관에 50억원의 손실을 끼친 부실기업의 임직원.과점주주.연대보증인' 으로 한정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이 규정 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을 의뢰한 뒤 금융감독위를 통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규정으론 금융기관 임직원을 출국금지 요청 대상에 넣을 수 없고 50억원의 손실을 끼쳤는지 여부를 조사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 사이 해외로 도피하는 경제사범이 많다" 고 지적했다.

지난해 불법대출을 받은 동아금고의 대주주인 김동원 회장, 동방금고 사건과 관련된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 오기준 신양팩토링 사장 등이 금감원의 내사 단계에서 해외로 도피했다.

이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대형 금융사고를 막는다는 취지를 이해하지만 인권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나 경찰청의 형사사건 수사에선 내사 단계부터 출국금지가 가능하다" 면서 "이들 기관의 출국금지 요건과 형평성을 맞추고 금융사고와 부실기업 문제처럼 중요 사안에 대해선 빠른 출국금지로 핵심인물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타당성은 있지만 출국금지가 남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고 말했다.

정선구.정용환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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