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후 체크해야할 질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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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귀에 물이 들어가면 통증 없이 난청이 진행될 수 있다. 귀마개를 하고 수영을 한다. [사진=뉴시스]

휴가는 짧지만 여운은 길다. 낯선 곳으로 여행은 몸을 긴장시켜 운동 할 때와 비슷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휴가를 다녀와 며칠간 몸이 쳐지고 피곤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위험요인도 도처에 널렸다. 여름 휴가지는 덥고 습해 감염 위험이 도사린다. 자외선과 낙상 등 다양한 위해 요인이 공존한다. 휴가가 마음엔 즐거움을 선물할지라도 몸은 고되게 할 수 있다. 휴가 후 체크해야 할 위해 요인을 정리했다.

뎅기열·말라리아 … 1~2주 지나야 증상 나타나

인천공항에 따르면 올 여름 해외여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중 동남아 여행객이 40% 정도로 가장 많다. 이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뎅기열·말라리아다. 뎅기열은 잠복기가 7일에서 15일 정도다. 휴가기간 멀쩡하다 회사에 출근해서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다.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더 길다. 보통은 2주 정도지만 길게는 5~7년 뒤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열이 38도 이상이거나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이들 질환을 의심한다.

해외여행 중 리어카·좌판 등에서 껍질을 벗겨 파는 과일을 먹었다면 기생충 감염도 조심한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과일에 간혹 기생충이 있는데, 몸 안에서 15~30일 뒤 알을 까고 그때부터 설사를 일으킨다. 설사가 나면서 항문이 계속 간지럽다면 기생충 검사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놀이 후 눈이 심하게 따갑다면 양서류 등의 알이 눈으로 들어간 경우일 수 있다. 알이 눈으로 들어가 부화해 실명하는 사례가 간혹 보고된다.

우리나라 휴가지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오범진 교수는 “육류·어패류의 날 것, 푹 익히지 않은 음식물을 먹었을 땐 이상 반응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덥고 습한 날씨엔 장염비브리오균·장티푸스·이질·O157균 등이 음식물에 잘 붙어 있다. 장티푸스는 7일~28일, 이질도 3일 후 설사·발열·두통 등 증상이 생긴다.

위산제를 복용하거나 위암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한다. 환자나 노약자는 위산분비 능력이 떨어져 식중독 위험이 더 높다.

조개 껍질에 찔려도 비브리오균 감염 위험

맨발로 해변가를 거닐었다면 비브리오 균 감염도 주의한다. 오범진 교수는 “ 당뇨병 환자는 바닷물에 발만 담그고 있어도 감염 된다. 일반 사람은 조개 껍질에 찔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감염 시 심한 발열·근육통이 생긴다. 일부는 발이 괴사돼 잘라내기도 한다. 보통 감염 1~2일 후 증상이 생긴다.

무좀균도 옮을 수 있다. 유병욱 교수는 “바닷가 모래가 습해 도처에 널린 게 무좀균이다. 감염 4~6주 뒤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산에서는 농가진에 주의한다. 벌레 물린 부위에 포도상구균 등이 침투해 생긴다. 작은 물집이 생기고 매우 가렵다.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은 “전염성이 강해 하루 만에 몸 전체로 번진다. 친구나 형제에게 쉽게 옮기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격리시킨다”고 말했다.

복합성 피부는 여드름 관리

휴가지에선 피부도 쉽게 손상된다. 건성피부는 똑같이 햇볕을 봐도 각질이 유난히 많다. 모발 건조도 심하다. 수분크림을 많이 바르고 오이·알로에 팩으로 피부를 진정시킨 뒤 본격적인 각질 관리는 2주 뒤부터 시작한다. 김영구 원장은 “2주 정도 지나야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이 급성기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합성 피부는 각질 보다는 피지분비가 활성화돼 생기는 여드름이 문제다. 모공도 많이 넓어진다. 이중 세안으로 모공 속 피지 제거에 신경 쓴다. 찬물 세안 또는 얼음 마사지를 자주 하고 모공을 조이는 화장품을 쓰거나 인트라셀 등의 레이저를 받는 것도 좋다.

물집은 함부로 터트리지 않는다. 김 원장은 “터트린 물집 사이로 균이 침입해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 소독된 바늘로 터트린 다음 밴드로 잘 보호해야 흉이 남지 않는다.

물놀이 다녀와서 난청 생겼다면 ‘중이염’

물놀이에 다녀온 뒤 귀에 이상한 느낌이 들면 중이염에 걸렸는지 확인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는 “고막에 상처가 있을 때 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기는데, 난청의 원인이다. 통증없이 진행되므로 물 놀이 후 한번쯤 병원에 들려 확인해 본다”고 말했다.

눈병도 조심한다. 휴가 뒤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면 각막 화상을 입은 경우다. 눈에 염증이 생겨 시야도 흐려진다. 노인은 수정체에 혼탁이 진행된 상태에서 갑자기 많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백내장 진행이 가속화될 수 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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