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개혁안 놓고 갈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의 혁신위원회 활동이 새로운 당내 갈등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25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혁신위는 당내 개별적 모임과 달리 독특한 임무가 있으니 혁신위 활동은 의총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숙지하고 활동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나를 포함해 정책위의장 등 당직자들이 혁신위 위원들과 자주 만나 당과 긴밀하게 조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혁신위가 북한 방송 전면 개방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 제안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등 3대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것을 당에 권고하기로 한 것 때문이다. 지도부는 혁신위의 논의 내용 자체보다 활동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혁신위 활동 노력과 당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존중하지만 원내전략적인 부분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혁신위가 원내 전략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상식의 궤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개성이 강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오버'하고 있다"며 불만스러워 했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박근혜 대표가 이미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한 만큼 혁신위에서 다루지 못할 사안은 없다. 이를 문제삼을 바에는 차라리 혁신위를 해체하는 게 낫다"고 반발했다.

혁신위 활동이 당내 역학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예민한 대목이다. 지금 혁신위에선 반박근혜 성향이 강한 소장 개혁파의 목소리가 우세한 형국이다. 때문에 반박근혜 진영이 혁신위를 거점으로 삼아 '박근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