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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대투 2차구조조정 이유]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대한투신과 한국투신에 8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한지 열 달이 지났다. 정부는 부실채권을 다 털어주는 만큼 투신사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자금시장의 안정에 기여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 이후 첫 결산 결과는 실망스럽다. 두 투신사가 금융감독위원회와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투신권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시장의 신뢰 회복을 가늠하는 척도인 수탁고는 정체 상태다. 대한.한국 투신의 경우 대우채 환매제한 조치가 발표된 1999년 27조원을 웃돌던 수탁고가 공적자금 투입이 마무리된 2000년 12월 말 각각 20조원, 18조원으로 줄었다. 그 뒤 소폭 늘었지만 아직도 20조원에 못미친다. 올들어 그나마 수탁고가 증가한 것은 자금시장의 단기 부동화 바람을 타고 MMF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MMF가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5% 초반으로 떨어졌을 때 채권을 많이 사두었는데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

D증권사 채권팀장은 "투신사들이 지급하는 MMF의 수익률이 5.5% 안팎이므로 운용 보수를 빼면 7%의 수익을 내야 한다" 면서 "최근 이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BBB0이나 BBB+)채권을 사고 있다" 고 말했다. 결국 무리한 영업으로 펀드의 부실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투신운용 권경업 채권영업본부장은 "MMF는 현 금리 수준에선 괜찮고 금리가 단기간에 2%포인트 이상 폭등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며 "신탁형의 경우 환매채(RP)등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 시장의 신뢰 회복 방법〓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두 투신사가 MOU 사항 중 특정항목을 이룬 것은 의미가 없다" 며 "주식형수익증권에 대한 신뢰는 최악의 상태고 채권형펀드도 사실상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두 투신사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투신운용사 사장은 "한투와 대투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하나로 합쳐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새로 출발했어야 옳았다" 면서 "현행 영업 패턴으론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합병 등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최선" 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비슷한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두 투신사가 추가로 부실이 생기거나 신뢰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부채를 털어낸 뒤 자산부채 인수방식(P&A)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송상훈.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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