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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성추행" 전과 21범 탐험대장 20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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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여학생 등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H탐험대장 강모(55)씨가 지난달 31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 동해해양경찰서]

독도에서 인천까지 가는 국토대장정(지난달 26일~8월 12일 예정) 참가 청소년들을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해경에 의해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H소년탐험대 대장 강모(55)씨의 과거 행적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강씨는 1985년 국토대장정 사업을 처음 시작해 거의 매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탐험 행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성추행·횡령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강씨가 지난해 8월 9일부터 25일까지 14박15일간 진행했던 ‘유럽탐험대장정’에서도 폭행 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1일 추가로 제기됐다. 이 행사는 참가비 350만원으로 청소년 24명이 참여했다.

 본지는 이 행사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당시 상황을 기록한 일기를 단독 입수했다. 일기에는 “(강 대장이) 정강이와 뺨을 때렸다” “빵과 사과 등으로만 식사가 제공됐다” “주로 침낭만 깔고 노숙했다”는 등 강씨의 폭행 사실과 열악한 탐험대 환경을 증언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학생은 일기에서 “(강 대장이) 뺨을 몇 대 쳤다. 그래서 ‘때리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더 세게 뺨을 때렸다”고 적었다. 일기에 따르면 당시 참가 학생들은 강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난 관광객들에게 몰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강씨는 주이탈리아 대사관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일부 학생이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도움을 구했고 학생 7명이 부모의 조치로 행사단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 가운데 6명이 여학생이었다. 한 참여 학생의 어머니는 “강씨가 당시 중3이었던 큰딸을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졌다. 나머지 여학생들도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다음 카페 ‘H소년탐험대 부모님’의 게시판에는 2003년 국토대장정에서도 성추행이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 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글에서 “당시 대장 말고 관리교사들도 문제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혹은 고등학생쯤 되는 여학생과 끌어안고 잠을 자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리교사들이 성추행을 하는데도 강 대장이 모른 척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여학생의 부모들에게 “여성 인솔 교사가 있으니 (성추행 등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실제 대장정에 여성 교사는 없었다.

 동해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강씨는 폭행 3범, 사기 2범 등 전과 21범이었다. 강씨는 폭행 등으로 문제가 된 2005년 국토대장정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H소년탐험대 대장 외에 K대장정협회 총재, H청소년탐험대 대장 등 3개의 직함을 돌려 써 가며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홈페이지에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제구호활동가 한비야씨 등 유명 인사와 찍은 사진을 올려 부모들을 안심시켰다.

정 전 장관과 한씨는 “(강 대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인물”이라고 했다. 강씨는 지난달 국토대장정 발대식에서도 새누리당 진영 의원, 민주통합당 오영식 의원 등을 내빈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강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강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부모들의 음해”라며 폭행 및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학생들이 나를 괴롭히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 정신적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재 강원도를 여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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