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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네 번이나 바꿔 견제해도 … 여자양궁, 한국 천하 24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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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0일(한국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가든에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최현주, 기보배, 이성진(왼쪽부터)이 활짝 웃으며 금메달을 물어보이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7연패는 얼마나 위대한 업적일까.

한국 여자 양궁은 30일(한국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210-209로 꺾고 올림픽 7연패 기록을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이에 버금가는 위업은 역시 한국 대표팀이 기록한 여자 개인 6연패(1984 LA~2004 아테네)밖에 없다. 전체 올림픽 종목을 통틀어도 우뚝 솟는 기록이다. 올림픽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은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국 선수들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까지 16연패를 이뤄냈다. 다음은 미국 남자 육상 400m 계주팀의 8연패(1920 안트베르펜~1956 멜버른)다. 7연패는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한다. 개인이 아닌 단체전으로는 역대 2위다. 게다가 앞의 두 기록은 올림픽 참가국이 많지 않았던 초창기에 세운 것이다.

양궁 불모지에서 짧은 시간 안에 부동의 세계 최강에 올라섰다는 점은 경이적이다. 미국은 1896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이미 세계 육상 최강국이었다.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7연패(1984 LA~2008 베이징)를 이뤄낸 독일은 역사적으로 말과 익숙한 국가다. 그러나 한국에선 1960년대 초에야 최초의 양궁 팀이 생겼다. 경이적인 발전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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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국가의 독주를 마뜩잖게 여기는 견제도 뚫었다. 국제양궁연맹(FITA)은 1984년 LA 대회 이후 올림픽 경기 방식을 네 번이나 바꿨다. 이변 가능성을 높이자는 의도였지만 한국의 금메달 행진을 막을 수 없었다.

경제학자들은 올림픽 메달 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로 인구와 경제력(1인당 GDP)을 꼽는다. 한국은 세계 25위권 인구에, 여자 양궁의 7연패 행진이 시작된 1988년엔 개발도상국이었다. 열악한 조건을 딛고 한국 양궁은 세계 각지에 지도자를 파견하는 리더 국가로 떠올랐다. 체육철학을 전공한 김정효 박사는 한국 여궁사들이 강한 이유를 “편견과 억압의 내면적 한을 날리는 집중의 승리” 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절차탁마를 아끼지 않은 지도자들의 노력과 역시 세계 최강권인 남자 선수들의 조력도 7연패의 이유로 꼽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랬듯 우리 국민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여자 단체팀의 금메달을 확신한다. 그러나 양궁계에서는 ‘한국 양궁에도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등록 선수는 1500여 명뿐. 양궁 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유소년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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