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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식 충성 맹세 … 국내 최대 조폭 39명 검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2009년 4월 초 경남 합천군의 한 식당에서 서울과 경남 지역 조직폭력배 150여 명이 술잔을 머리 위로 들고 “우리는 한 식구다. 각 지방에 전쟁이 나면 모두 출동한다”고 외쳤다. 그릇을 들고 충성을 맹세한 건 일본 야쿠자를 흉내 낸 것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을 근거지로 하는 조직폭력배인 천호동파 두목 한모(46·구속 중)씨가 경남 지역의 4개 조직을 끌어들여 만든 ‘전국연합파’의 결성식 장면이다. 조직원만 150여 명으로 당시 손꼽히던 조직이던 양은이파(50여 명)와 범서방파(80여 명)를 능가하는 규모다.

 경찰에 따르면 고향이 합천인 한씨는 2009년 2월부터 합천 지역의 조폭 두목인 유모(46)씨와 함양파 두목 김모(41)씨, 거창 중앙파 두목 변모(41)씨 등 4개 조직 두목을 잇따라 만나며 전국구 조직 결성을 준비했다. 조직원이 20여 명에 불과해 양은이파나 범서방파 등 기존 세력에 밀려 도박장 개장 등 사업 확장이 힘들자 지방조직 규합 쪽으로 눈을 돌렸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천호동파가 주로 지역 조직들에 자금을 보조해 주고 지원병력이 필요하면 서로 출장을 보내는 신종(新種) 방식으로 연합을 유지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진 전국연합파는 거침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불법을 일삼았다. 2009년 4월부터 최근까지 경남 거창군 주택가에 미성년자 등 여성 80여 명을 둔 보도방을 차린 뒤 성매매를 알선해 3억6000만원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함안파와 합천파 조직원들까지 거창으로 몰려가 보도방 사업을 지원했다.

 이들은 경남 함양군에도 불법게임장을 차려 1억여원을 챙겼다.

거창군에선 마시지업소와 다방을 다니며 보호비 명목으로 2600여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또 서울 천호동과 잠실에 도박장을 개설한 뒤 지방조직원 70여 명을 불러 올려 세를 과시하며 운영했다. 이런 가운데 두목 한씨는 지난해 10월 잠실의 한 카지노에서 89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23일 폭력 등의 혐의로 전국연합파 행동대원 박모(4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다른 조직원들의 추가 범죄 사실도 수사하고 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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