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난 딛고 과외 없이 코넬대 합격

미주중앙

입력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꿋꿋하게 공부에 매진하며 평점 4.0점으로 서니힐스 고교를 졸업한 이석래 군이 코넬대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한다. 지난달 14일에 있었던 이 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어머니 유재일씨와 아버지 이장근씨가 이(가운데)군의 졸업을 밝은 표정으로 축하해주고 있다.

고가의 과외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대부분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시키는 현실에서 보면 풀러턴 서니힐스 고교를 졸업한 이석래(19)군은 남다르다.

과외 한번 없이 평점 4.0으로 수석 졸업하고 명문 사립대인 코넬대에 장학금 받고 진학한 것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워진 가정 환경 속에서도 이군은 흔들리지 않고 학업에 매진해 왔다.

'개천에서 용 난다' 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적어도 이군에게는 아직 희망의 말로 들리는 이유다.

이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아버지의 파견 근무로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갑자기 피부색이 다른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모든 게 낯설었죠.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탓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습니다. 그 외로움과 낯섦을 헤쳐나갈 유일한 돌파구는 바로 공부였습니다."

그는 낯선 땅에서 치른 첫 시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영어 80점 과학 90점 수학 85점. 영어 한 마디 못했던 제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점수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어머니께 보여드렸죠. 그때 어머니께서 '어떻게 이렇게 잘 봤느냐'고 물으셨어요. 대답했죠. '그냥 문제를 보고 있으면 답이 보여요'라고."

그렇게 이민 생활에 적응하던 즈음 7학년이 되던 시기에 집안에 위기가 찾아왔다.

아버지의 회사가 어려워지고 한국으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러나 자녀 교육쪽을 선택한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는 결정을 내린다. 결국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으로 아버지는 파트타임으로 밥벌이를 하며 생활고가 시작된다.

"집안 사정이 많이 어려웠어요. 부모님께 용돈 달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죠. 남들 다 있는 참고서 학용품 구입도 부모님께는 부담이었거든요."

이때부터 이군은 더욱 '독하게' 공부에 몰두했다. 남들 다 하는 SAT학원 과외 등은 이군에게 사치였다.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을 가르치며 용돈을 벌어 학용품 등 자기 용돈을 충당했다.

공부하는 방식도 결연했다.

"수업시간 저에게 잡담은 큰 죄악이었어요. 오로지 선생님과 저밖에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집중했죠. 특히 아무 생각 없이 노트 필기를 하다 보면 잡념이 생기고 그러면 딴짓을 하게 마련이죠. 저는 노트 필기 할 때 최대한 여러 방식으로 풀이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는 건 제외하고 모르는 것 위주로 노트했죠.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노트를 꺼내 다시 보는 것은 필수였고요."

특히 이군에게 다가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며 쉬는 시간마다 그를 '못살게' 한 친구들도 그에게는 큰 도움이었다.

친구들에게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다 보면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남모를 지원과 기도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됐다.

"하루종일 식당에서 일하시고 밤 늦게 들어오신 다음날에도 형과 저를 위해 새벽기도를 멈추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정성스럽게 아침을 차려주시고 점심 도시락도 제가 좋아하는 '장조림'으로 항상 싸주셨죠. 그 은혜 평생 갚아도 다 못 갚을 겁니다."

그는 올해 초 코넬 대학에 입시원서를 넣었다. '나의 세상은 어머니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자기소개서와 함께.

그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한인 최초 '노벨 과학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UCLA USC UC버클리 등 많은 학교들에 합격했습니다.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비까지 지원을 해 준다고 했지요. 하지만 전세계 인재들이 모이는 코넬대학교에서 그들과 함께 미래 산업을 이끌 신소재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에너지 고갈에 대비해 후세들에게 풍부한 자원을 넘겨줘야죠."

코넬대 1년 학비는 6만 달러다. 이군은 학교에서 연 4만4000 달러의 장학금과 연방정부에서 나오는 8000달러 그리고 장학사업으로 기업에서 받는 2000달러 등 총 5만4000 달러를 지원 받는다. 나머지는 본인이 번 과외비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이군에게 장밋빛 미래는 곧 이뤄질 것 같았다.

김정균 기자 kyun8106@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