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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왜 외환시장 개입 시사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21.5원 급락하는 등 이달 들어 3일 동안 37.7원 하락했다(환율은 오름). 시장에선 1천5백원까지 하락하리란 성급한 전망도 있을 정도다.

식목일로 외환시장이 쉰 5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원화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한은 외환담당 부총재보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자청했고, 재경부도 4일 저녁부터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원화가치 하락이 일부 투기성 거래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6일 발표할 경기대책에 영향받아 엔화가치가 올라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원화가치 안정이 급선무〓정부는 원화가치 하락이 물가오름세 심리 확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차손을 걱정한 외국인의 주식 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원화가치를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김용덕 국제금융국장은 "원화가치와 주가, 금리가 맞물려 돌아가므로 원화가치 안정으로 금융시장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 고 강조했다.

金국장은 "원화가치가 급락하다 보면 오르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며 정부의 원화가치 방어의지를 믿지 않았다가 낭패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 외환당국이 보는 적정 환율〓외환당국은 3월 말 이후 원화가치의 하락 속도를 우려하고 있다. 엔화가치의 하락 정도에 비례한 원화가치의 하락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최근 상황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엔화가치 하락분 만큼 원화가치도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 딜러들이 있는데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엔화 변동분의 60% 정도만 따라가는 게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4일 현재 원화가치는 지난해 말 대비 7.4% 하락한 상태로 같은 기간 엔화가치 하락률 8.7%보다 낮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엔화가치는 0.6% 오른 데 비해 원화가치는 2.8% 급락했다.

◇ 시장 반응〓외환 딜러들은 원화가치는 결국 엔화의 움직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발표될 일본 경기대책 등에 힘입어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맞물려 5일 외환당국의 언급이 일시적 효과는 있겠지만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이체은행 신용석 부지점장은 "엔화가치 때문에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며 "이번 발표는 가장 강력한 구두 개입일 뿐 섣불리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시중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당 1천3백50원을 넘어서면서 과열이라고 느끼는 딜러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나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효과를 거둘 것" 이라고 말했다.

원화가치 하락을 일정 수준까지 두고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주장(김상경 국제금융연수원장)도 있다. 金원장은 "너나 없이 달러만 사들이고 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달러가치가 급락해 손해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안정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외환 보유액이나 무역수지 흑자 등을 감안하면 원화가치 급락세가 머지않아 저절로 진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철근.이상렬.김원배 기자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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