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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부 외환시장 개입 신중해야"

중앙일보

입력

원화가치가 3일에도 오전 한때 1천3백50원대를 기록하는 등 급락 조짐을 보였다. 재정경제부가 시장 개입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자 원화가치는 오후 들어 상승세로 반전했지만 시장에선 일본의 엔저 현상이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아 원화가치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당국의 직접적인 물량 개입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 원화가치 하락 가능성 여전=외환당국이 원화 급락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음에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던 원화가치는 3일 오전 재경부 김용덕 국제금융국장이 공식적으로 시장개입 의사를 밝히자 반등했다.

엔저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던 일본 정부도 미조구치 젠베이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이 이날 "최근 엔화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지나치게 절하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현상" 이라며 지나친 급락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이같은 한.일 외환 당국의 시장 안정을 위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엔화와 원화가 추가로 동반 하락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본이 극심한 경기 침체를 타개할 만한 정책 대안을 갖고 있지 않고 차기 총리 선임이 아직 결정되지 않는 등 일본 정치가 표류하고 있어 엔화가 1백40엔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원화도 앞으로 2~3달은 엔화와 함께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 물량 개입은 신중해야=정부 입장에선 적어도 단기간에 급락하는 현상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개입 가능성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관과 대기업이 상당액의 달러를 푼 배경에는 외환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과 싸워 이긴 적이 없다" 며 물량 개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국가가 보유한 달러를 환율 방어에 거의 다 쓰고도 외환위기를 불러온 1997년의 실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경 국제금융연수원장은 "당국이 외환보유액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에게 달러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만 주고 잘못될 경우 보유 외환만 날릴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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