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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끊임없는 소통의 학문 한국 학생들 그 재미 모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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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잉그리드 도브시(58·사진) 국제수학연맹(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 IMU) 회장은 8일 본지와 만나 “많은 사람의 오해와 달리 수학은 소통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학문”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이런 수학의 재미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수학연맹은 1920년에 창설된 국제 수학계의 최대 단체다. 2014년에는 IMU 주최로 서울에서 국제수학자대회(ICM)도 열린다. 도브시는 ICME-12에 참가하고 2014년 서울 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8일 방한했다. 벨기에 출신의 미국 수학자로 현재 미국 듀크대 수학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해 IMU 회장이 되면서 ‘92년 역사의 국제수학연맹 사상 첫 여성 회장’이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 종합문화회관에서 전국 중·고교 수학교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신호 처리 및 이미지 압축에 사용되는 유용한 수학 함수’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다. 본지는 특강 이후 도브시를 만나 인터뷰 했다.

 -수학은 흔히 재미없는 과목으로 여겨진다.

 “수학은 사회성을 중요시하는 학문이다. 수학은 학자들 간의 대화나 의사소통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물론 우리 수학자들은 고집이 세다. 항상 ‘왜’라는 의문을 품고 답을 알 때까지는 서로 간에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한국 학생들도 이런 수학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선 특히 여학생들이 수학을 어렵게 여긴다.

 “흔히들 좌뇌설·우뇌설을 언급하는데, 좌우 뇌 기능의 차이를 설명하는 이론일 뿐이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수학적 능력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근거 있는 학술적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실제로 수학자 중 여성 비율은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유전적 차이가 아니라 문화와 교육의 차이가 수학에서 남녀의 차이를 만든다고 봐야 한다. 선천적인 차이는 없다.”

 -한국은 선행학습 차원에서 수학 사교육을 많이 한다. 한국에 해줄 조언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수학을 따로 시간 내서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1년 뒤에 배울 내용을 미리 배우면 학습 동기가 사라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지나친 선행학습은 우수 학생의 학습 동기를 해칠 수 있다.“

 -한국에서 ICME-12에 이어 ICM도 개최하게 됐다.

  “수학계 역사상 ICME와 ICM을 거의 같은 시기에 개최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열, 수학 교육자들의 열렬한 연구욕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유정 기자

◆국제수학연맹(IMU·International Mathematical Union)=1920년에 창설된 국제 수학계 최대 단체.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70개국이며 4년마다 국제수학대회를 연다. IMU 집행위원회는 2014년 한국 개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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