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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순위 경쟁률의 '불편한 진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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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어?! 전 주택형 순위 내 청약 마감? 저 동네 분위기가 괜찮아진건가?’

6월말 수도권에 분양한 한 단지. 1135가구 대단지라 분양물량이 많은 데다 전체 가구수의 40%인 457가구가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인 아파트다.

더구나 넘치는 공급을 감당할 수요가 부족해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지역인데 의외로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순위 내 청약 접수 결과 평균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7개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청약 결과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특이한 점이 있다. 1135가구를 모집한 이 아파트는 1‧2순위 청약자가 36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3순위에서 1589명이 몰렸다. 3순위 청약자수가 1‧2순위 청약자수보다 44배 많다. 선뜻 결과가 믿어지지 않는다.

어, 그런데 청약 성적이 역시 특이한 단지가 또 있다. 같은달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에 분양한 기흥역 롯데캐슬 스카이다. 역시 수도권에서 분양시장 분위기 안 좋기로 손꼽히는 지역인데 순위 내 청약 결과가 괜찮다. 625가구 모집에 717명이 청약 신청해 4개 주택형 중 3개 주택형이 마감됐다.

그런데 순위별 청약자수 차이가 더 크다. 1‧2순위 청약자수는 6명에 불과했지만 3순위는 711명이 몰려 1순위보다 118배나 많다.

대우건설이 인천 송도지구에 분양한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2차도 1‧2순위 청약자는 29명인 반면 3순위에는 347명이 몰렸다. 신영이 전남 여수시 웅천동에 분양한 여수웅청지웰3차도 1‧2순위에는 106명이 접수했지만 3순위엔 1191명이 몰려 청약자 수가 10배 이상 차이 났다.

청약 경쟁률 높이기 위한 편법 동원

이런 결과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 새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청약 신청을 해서 당첨이 되야 한다. 1~3순위로 나눠서 진행되는 청약 일정에 맞춰 접수한 청약 신청자 중 당첨자가 가려지면 이들을 대상으로 계약이 진행된다.

청약통장‧무주택 세대주 등 청약자격 제한이 있는 1‧2순위와 달리 3순위는 청약자격 제한이 없다. 분양업체가 정한 청약 신청금만 내면 된다. 당첨되지 않으면 청약 신청금은 돌려받을 수 있고 당첨되도 민영주택 재당첨제가 폐지돼 다른 아파트 청약시 불이익도 없다.

그러면 언론에서 ‘평균 몇대 1’이라고 보도되는 청약 경쟁률은 어떻게 나올까. 1~3순위 청약 결과를 합쳐서 계산한다.

바로 여기서 3순위 청약 결과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다.

분양업체 입장에서 청약 경쟁률은 중요하다. 해당 단지에 대한 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청약 성적표이기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는 이 결과가 계약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기 단지’와 ‘골칫거리 단지’로 나뉘는데 청약 경쟁률이 큰 영향을 미친다.

D건설 분양팀 관계자는 “청약 경쟁률이 낮은데 계약률만 높을 수는 없다”며 “순위 외 청약에 관심 있는 대기수요도 청약 경쟁률이 낮으면 이른바 ‘문제 단지’라고 생각하고 계약하지 않기도 해 미분양이 된 후에도 청약 경쟁률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분양업체는 청약 경쟁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청약 자격 제한이 없다는 점을 활용해 시행‧시공사 직원뿐 아니라 관련 업체 직원의 가족까지 3순위에 청약 접수하게 한다. 해당 단지 주변 중개업소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당첨되서 계약을 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소에 경쟁률이 얼마가 나오면 미분양 물량 거래 때 계약자 소개 수수료를 얼마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이 인근 주민들 인맥을 활용하면 당해 지역 청약 경쟁률이 확 높아진다”고 귀띔했다.

기흥역 롯데캐슬 스카이의 경우 3순위에 청약자가 확 몰린 특별한 이유가 더 있다. 롯데건설은 3순위에 청약 신청만 해도 신청자 모두에게 롯데상품권 3만원을 지급했다. 최소한의 청약 문턱인 청약 신청금도 1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당첨일까지 일주일간 10만원만 맡겨두면 상품권 3만원이 생기는 것이다.

요즘 분양시장은 굳이 청약통장을 쓸 필요 없다는 분위기다. 대부분 새 아파트가 순위 내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청약자격 제한이 없는 3순위에 신청해도 분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3순위 청약엔 실수요보다 가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 요즘 새 아파트 3순위 청약 신청자 중에는 가수요가 많다. 청약자격 제한이 없기 때문에 분양업체가 청약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가수요를 동원하거나 상품권 등으로 가수요의 청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지난달 말 청약접수를 받은 수도권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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