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갈이 안되고 식상" '개콘' 왜 이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스타들의 홍보성 출연이 집중되고 있는 ‘감수성’. ‘개콘’의 또다른 인기 코너인 ‘용감한 녀석들’팀이 출연한 장면이다. ‘개콘’ 코너끼리 서로를 흉내내는 등 자체 패러디가 남발돼 식상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KBS]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인기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KBS ‘개그콘서트’. (이하 개콘) 치열한 서바이벌 방식의 내부 경쟁을 통해 13년 롱런에 성공했다. 단순한 예능을 넘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콘텐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런 ‘개콘’이 최근 흔들리는 모양새다.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한때 30%에 육박했던 ‘개콘’의 시청률은 4주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2주 전부터는 장동건 김하늘을 내세운 SBS 로맨틱 코미디 ‘신사의 품격’에도 밀렸다(1일 AGB닐슨 집계, ‘개콘’ 17.8%, ‘신사의 품격’ 20.3%). 드라마를 이기는, ‘주말 예능 최강자’ 위치가 흔들린 것이다.

 ‘개콘’은 최근 일부 간판 코너들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들어갔으나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한 편이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사마귀유치원’ 등 시사풍자나 공감개그의 새 영역을 개척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코너 대신 새롭게 선보인 코너들은 그만한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평이한 웃음 유발에 그친다. 연예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고강도 독설요법의 ‘용감한 녀석들’이 맥을 잇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날 선 사회풍자가 퇴조한 셈이다.

 특히 영화 개봉, 음반 출시 등을 앞둔 스타들의 홍보성 출연은 꾸준한 문제로 지적된다. ‘감수성’과 ‘생활의 발견’은 아예 스타 마케팅 코너로 변모했다. 지난 1일 방송에도 박한별(‘생활의 발견’)과 전유성·이외수(‘감수성’)가 각각 출연했다. 영화 ‘두 개의 달’ 배역처럼 박한별이 작가로 나오거나, 아예 대놓고 전유성이 진행하는 ‘소나 개나 콘서트’ 소식을 수 차례 언급했다. 오락 프로에서 스타들의 홍보성 출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개콘’의 경우 빠르게 진행되는 웃음의 맥을 흩트린다는 게 문제다. 별 재미도 없이, 코너의 매너리즘만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개별 코너의 패러디 남발도 심해지고 있다. 1일 방송에서 박한별은 새 코너 ‘무섭지 아니한가’를 흉내 냈다. 같은 날 ‘네 가지’의 김기열은 ‘용감한 녀석들’팀의 CF 출연을 소재로 했다. ‘용감한 녀석들’은 서수민PD와 박성광과의 권력다툼을 몇 주째 끌어오고 있다. ‘개콘’의 다른 코너들, ‘개콘’의 유행어, ‘개콘’의 출연자와 심지어 연출자를 웃음의 주 소재로 삼는 것은 그만큼 ‘개콘’이 인기 프로라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이지만, 그 과도한 자신감이 불편하게도 느껴진다. 아이디어가 달리는 인상을 준다.

 물론 ‘개콘’의 파워는 강하다. ‘용감한 녀석들’ ‘네 가지’ ‘꺾기도’ 등이 대표적이다. 언어유희의 쾌감을 극대화한 ‘꺾기도’, 외모·돈·출신지역 등 사회적 불평등을 웃음의 원천으로 삼은 ‘용감한 녀석들’이나 ‘네 가지’는 여전히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외모코드만 해도 이미 ‘용감한 녀석들’ ‘네 가지’ ‘아빠와 아들’로 넘쳐나는 상황이다. ‘용감한 녀석들’은 MBC 파업 지지 발언 등 직설화법의 유혹에 종종 빠진다. ‘개콘’ 시청자 게시판에도 이를 지적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공감개그, 시사풍자, 몸개그 등 다양한 성격의 코너들을 빠르게 순환시키는 시스템이 ‘개콘’의 최고 장기인데 파업의 여파에다가 일부 출연진이 스타덤에 올라 외부활동이 많아지면서 이런 선순환 구조에 이상이 생겼다. 물갈이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여기에 “SBS와 MBC의 드라마 협공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