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쿨비즈’는 ‘시원차림’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2면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쿨비즈 운동이 한창이다. 특히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림에 따라 관공서는 물론 일반 기업체도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쿨비즈 선포 및 패션쇼’ 행사를 열고 박원순 시장이 직접 패션쇼에 출연하는 등 쿨비즈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쿨비즈’란 간편한 옷차림으로 실내 냉방 온도를 적당히 유지(28도)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쿨비즈(cool-biz)’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쿨비즈’는 일본에서만 쓰이는 일본식 영어다. 2005년부터 일본이 여름철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할 것을 권장하면서 이 운동에 ‘쿨비즈니스’ 또는 ‘쿨비즈’란 말을 붙였다. 우리가 이것을 그대로 들여와 정책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는 서울시가 벌이는 ‘쿨비즈’ 운동이 국적불명의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용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에서 ‘쿨비즈’를 갈음할 우리말 찾기 투표 행사를 열었다. 투표 결과 시원차림(424표 가운데 187표)이 시원맵시, 간편맵시, 간편복 등을 누르고 대체어로 선정됐다.

 이 단체는 투표 결과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최근 행정용어순화위원회를 열고 이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쿨비즈’를 ‘시원차림’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늦게나마 국적불명의 정책 용어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다. 정부와 민간 모두 앞으로는 ‘쿨비즈’ 대신 ‘시원차림’이란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

배상복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