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입김 막으려 … 군부 핵심 확 바꾼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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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군 수뇌부가 대폭 개편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2일 “북한이 지난 4월 4차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직후 인민무력부장과 총정치국장,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군부 핵심 인사들을 개편했다”며 “군부 핵심이 바뀐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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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지난 4월 인민무력부장에 김정각 총정치국 1부국장, 총정치국장에 최용해 당 비서, 국가안전보위부장에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각각 승진 임명했다. 정부는 이들처럼 공개된 인사 외에도 북한 군부를 움직이는 핵심 실세들의 교체가 대대적으로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의 현지지도 수행 인물 분석 결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며 “직책 없이 계급만 공개됐던 인물들이 군부 핵심 요직에 올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물 교체를 이끌고 있는 곳은 ‘군(軍) 속의 당’으로 불리는 총정치국이다. 총정치국은 노동당의 결정과 정책이 군 내부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지도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이 군을 앞세우는 선군(先軍)정치를 주도하는 데다 군 내부에서 당의 역할을 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총정치국장엔 김일성의 오른팔이자 민족보위상(현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최현의 아들 최용해가 지난 4월 기용됐다. 그는 이후 평양시 능라도 호안공사를 감독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진우, 조명록 등 이전 총정치국장들이 최고지도자를 수행한 것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현지지도(북한식 표현은 현지요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총정치국장이 수행 아닌 단독으로 현지시찰을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용해를 보좌하는 부국장들 역시 교체됐다. 조직부국장엔 손철주 상장이 임명됐다.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원홍의 후임인 그는 4월 20일 김정은이 김일성 100회 생일 열병식 참가자들과의 기념촬영 때 첫 등장한 이후 일곱 차례나 김정은을 수행했다. 정부 당국자는 “손철주는 이전에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성택의 사람이 아니어서 군부에 대한 장성택의 입김을 차단하는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직부국장과 양대 산맥인 선전부국장에는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이동했다. 그는 이전에도 이 자리를 맡은 적이 있다. 이들 밑에는 이두성, 노홍새 중장이 각각 조직부장과 선전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호 총참모장을 제외하고는 인민무력부와 총참모부 지도부도 변했다. 김일성 사망 직후 승승장구하며 인민무력부장(2009년 2월)에까지 올랐던 김영춘은 당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김정각 차수가 뒤를 이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할아버지 때부터 활동하던 인물과 함께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세대교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총참모부 작전국장 역시 김명국에서 최부일 부참모장으로, 김정은이 관심을 쏟는 전략로켓사령관은 최상려에서 김낙겸으로 바뀐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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