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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흙, 바람에 날려 … 피부염·폐렴·복통 부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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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은 모든 생명의 터전이다. 이러한 토양이 각종 산업폐기물과 화학물질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 오염된 토양은 동·식물의 생육은 물론 인간의 건강도 위협한다. 중앙일보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건강, 환경 개선에 답이 있다’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다섯 번째 주제는 ‘토양오염’ 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토양 오염물질은 크게 유류·중금속류, 그 밖의 인체 유해물질로 구분된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인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유류첨가제(MTBE)·염소계 유기화합물(PCE·TCE)·수은·비소·납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의 발달과 유류의 과도한 사용은 토양 오염물질의 배출을 증가시킨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비료·농약과 빗물에 용해돼 내린 대기 오염물질도 토양 오염의 원인이다. 주로 위생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불량매립지·산업공단지역·주유소·주한미군기지·폐광산 등의 토양 오염도가 높다.

 오염된 토양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물질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BTEX다. 유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피부에 묻으면 지방질을 통과해 체내에 흡수되며, 뇌·신경에 해를 끼친다. 특히 벤젠은 1급 발암물질로 백혈병·골수종의 원인이다. 크실렌은 피부염·폐렴, 톨루엔은 복통·위장기능장애·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중금속은 인체에 축적되면 신경계에 이상을 불러일으킨다. 수은에 중독되면 언어장애, 정서불안, 지적 능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소는 폐암을 유발하며, 납은 뇌질환·말초신경장애·고혈압 등의 원인이 된다. 석면도 1급 발암물질이다. 폐의 섬유화· 폐암·악성중피종(흉막·복막에 생기는 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독성물질은 토양과 직접 닿지 않아도 인체에 영향을 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규탁 전문위원은 “토양의 오염물질은 지하수로 흘러들거나 바람에 날려 사람에게 옮겨진다. 토질이 나쁜 곳에서 자란 식물은 중금속이 검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양 오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질환의 주범”이라며 “신속·정확한 토양 정화기술 개발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복합물질로 오염된 토양·지하수 동시처리시스템’이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원하는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아름다운환경건설㈜(대표 이종열)이 개발했다. 기존에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방법은 물리·화학·생물학적 처리로 구분됐다. 오염물질의 종류와 성분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다양한 오염물질이 산재된 경우 동시에 처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오염 지역의 특성에 맞게 처리법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오염 처리 장비도 이동식으로 제작돼 이동과 설치가 용이하며 복원 비용과 기간을 절감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현장 적용한 결과 BTEX는 약 90%의 제거 효과를 보였으며, 유류첨가제(MTBE)와 염소계 유기화합물(PCE·TCE)의 최종 농도도 오염물질 처리 목표수치를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운환경건설㈜ 송나인 연구원은 “유류 누출에 의한 오염지역이나 반환된 미군기지의 토양을 정화하는 데 저비용·고효율의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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