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삼성 주식 보유량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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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63개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를 그림으로 그린 지분도를 1일 처음 공개했다. 대기업의 지분구조를 일반인도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장에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 그룹의 지분도는 한눈에 들어오기는커녕 이리저리 얽힌 화살표 때문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대기업 출자구조가 복잡다단하다는 뜻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특히 지분도가 복잡한 건 총수가 있는 그룹이었다. 총수 있는 그룹 43곳은 평균 30.4개의 계열사를 보유했다. 계열사별 출자 단계는 평균 4.44단계였다. 총수 없는 그룹 20곳은 평균 13.3개 계열사가 1.75단계의 출자 단계를 가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난마처럼 얽힌 삼성·현대자동차·롯데 그룹의 지분도.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63개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를 그림으로 그린 지분도를 공개했다.<이미지 크게보기>

 특히 이 중 14개 그룹(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동부,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동양, 현대산업개발, 한라)은 계열사끼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를 보였다. 예컨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삼성전자가 삼성SDI를, 삼성 SDI가 다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하는 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로 돼 있다.

 순환출자는 흔히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총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화여대 김상택(경제학) 교수는 “그룹 총수는 회사가 이익을 내면 그 돈으로 자회사를 설립한 뒤 자회사가 다시 모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경영권을 확대해 간다”며 “적은 돈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순환출자엔 부정적이다. 정중원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총수가 전체 계열사 경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영역을 잠식하거나 총수 일가의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총수가 있다고 해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지주회사 체제인 14개 회사(SK, LG, GS, 두산, LS, CJ, 부영, 한진중공업, 웅진, 코오롱, 하이트진로, 대성, 세아, 한국투자금융)의 지분도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선 출자구조를 3단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100% 증손회사)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단순·투명한 지배구조로 가는 방향”이라는 게 공정위 평가다.

 민영화된 공기업인 포스코나 KT는 총수가 없는데도 지분구조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계열사 수가 급증하고 주력 사업이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어서다. 포스코의 경우 2008년 31개이던 계열회사 수가 올해 70개로 늘었다. 골프장 운영, 보험 중개, 광고 대행 등 철강산업과 무관한 업종에도 진출했다.

 공정위가 대기업 지분도를 만든 건 일종의 압박수단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올 초부터 “지분도를 공개하면 일반인도 복잡한 출자구조를 한눈에 보게 돼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감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정보 공개를 통해 출자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지분도뿐 아니라 다른 정보도 잇따라 공개키로 했다. 이달 중 대기업의 채무보증 현황, 8월엔 내부거래 현황, 9월엔 지배구조 현황을 추가로 발표한다. 지분도를 포함한 모든 정보는 공정위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오프니(groupopni.ftc.go.kr)’에 올라간다.

 하지만 공정위의 정보 공개가 선거 국면과 맞물리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개된 지분도를 보고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주가를 평가하는 데 참고자료로 쓰는 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이를 빌미로 정치권이 일률적인 규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재벌개혁 공약을 내놨다. 새누리당에선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오 의원이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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