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조의 연쇄파업, 경제위기가 걱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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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조의 하계투쟁(夏鬪)이 사실상 시작됐다. 화물연대가 엊그제 파업에 돌입했고, 택배업계도 다음 달 1일부터 파업할 계획이다. 건설노조도 오늘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고, 현대·기아차가 속한 금속노조가 다음 달 13일과 20일 두 차례 파업을 예고했다. 8월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할 계획이다. 단체행동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합법적인 파업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걱정되는 건 파업이 미칠 충격이다.

 특히 지금은 전 세계가 복합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판국이다. 퍼펙트 스톰(강력한 폭풍)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국가부도 위기가 진정된다 해도 글로벌 실물경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침체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이미 글로벌 불황의 충격을 받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수출증가율은 0.6%에 불과하고, 상반기 중 130억 달러로 예상됐던 무역흑자 역시 5월까지 60억 달러에 그쳤다. 유럽발 경기침체의 충격이 예상보다 더 크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3.7%)를 곧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는 아예 경제성장률을 3.0%로 낮췄고, 내부적으로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곳도 있다. 경기가 상반기는 나쁘고 하반기는 좋은 상저하고(上低下高)는커녕 하반기도 나쁜 상저하저(上低下低)가 될 게 확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불황국면은 향후 몇 년 더 지속된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쇄적인 노조 파업은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당장 화물연대 파업이 물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파업이 본격화하지 않았는데도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의 물동량은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여수국가산업단지는 물류가 거의 올스톱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택배업이 다음 달 1일부터 파업하면 홈쇼핑 등 관련 업계는 하루 1000억원의 피해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등의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한다면 국가 중추산업까지 흔들릴 건 자명하다.

 노조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 해도 나라 경제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의 총파업은 자제하는 게 옳다. 자칫 1997년의 외환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노조와 근로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행여 올해의 대선 국면에서 노조 이익을 챙기기 위한 정략적 차원에서 파업하는 것이라면 더욱 자제해야 한다. 건설 및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에 파업 계획을 철회해주길 당부하는 이유다.

 당연히 정부와 재계도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화물연대와 택배업계의 파업은 정부와 관련 업계의 무신경과 무능력 탓이 크다. 지금 같은 난국에서 연쇄파업은 자칫 공멸을 부른다. 이 점을 노·사·정이 깊이 새겨 대화로 풀어나가길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