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 시대가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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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오늘 대한민국은 ‘인구 5000만 명 시대’로 접어든다. 인구수로 세계에서 25번째, 소득 2만 달러 이상에선 7번째다. 인구 규모는 국력의 척도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내수를 뒷받침하는 기본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인구 5000만 시대의 개막은 나라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은 2006년에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 전망에서 5000만 명 시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당시엔 2018년 4930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으로 추계됐다. 그 후 인구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면서 인구가 다시 빠르게 늘어나 드디어 5000만 명을 돌파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사이 한때 1.04명까지 떨어졌던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1.24명으로 다소 회복됐고, 평균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났다. 무엇보다 외국인력의 유입이 인구 5000만 명 시대를 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인구 5000만 명 시대가 마냥 축복일 수만은 없다. 지금부터 대응을 잘하지 못하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선 인구의 증가세는 언젠가는 꺾일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인구가 오는 2030년 5216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45년엔 다시 5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자칫 인구 소국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인구 구성 변화도 문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핵심 노동인구의 연령이 높아지고,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전체 인구의 중간연령(중위연령)은 지난 2010년 37.9세에서 오는 2030년엔 48.5세로 높아지고, 2040년엔 52.6세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력 부족과 함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습득 속도가 떨어지면서 생산능력이 저하된다. 노동 현장에서의 세대 갈등과 세대간 일자리 다툼이 사회 문제가 될 우려도 있다. 부양할 고령인구의 증가로 건강·연금·복지비용이 급증해 국가 재정을 옥죄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우려도 크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의 최대 당면과제는 고령화”라며 “고령화는 스텔스기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사회적 지출을 빠르게 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 인력의 유입도 미래 인구 문제의 주요 과제다. 2005년까지 한국은 인구의 순유출국이었지만 2006년 순유입국으로 돌아선 이래 국내 유입 외국인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 5000만 시대를 여는 데 외국인 유입이 일등 공신”이라고 꼽았다. 주로 부족한 생산 인력을 메우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을 위해 들어온 결혼 이민자들이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나는 외국 인력의 유입은 뜻하지 않는 사회적 갈등과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노동 이민을 받아들인 영국·독일 등지에선 저소득 노동자들이 외국인력을 배척하는 등 사회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또 10만 명을 넘어선 결혼 이민자들의 다문화 가정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재학률도 낮다.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이 방치된다면 이로 인한 사회 비용이 만만찮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화·외국 인력 문제는 장래에 우리가 직면할 인구문제의 핵심 과제다. 인구 5000만 명 시대를 이어가면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출산 장려와 고령 인력 활용, 다문화 포용 정책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출산 장려 예산을 늘리고 대국민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문제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서 은퇴 연령을 연장하고 노령자의 고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외국 인력 대책은 외국 인력의 유입을 어쩔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인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별도의 복지 대책을 세우고, 다문화 국민에 대한 정서적 포용력을 키우는 국민 교육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