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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극단 '슈퍼 손오공' 공동 무대

중앙일보

입력

한.중.일 아시아 3개국 극단이 공동제작한 '슈퍼 손오공' 이 홍콩무대에 올랐다.

중국의 고전 '서유기(西遊記)' 를 토대로 만들어진 '슈퍼 손오공' 은 올해 홍콩 페스티벌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친숙한 '손오공' 이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각국 배우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북경어.광동어의 4개언어로 대사를 하는 실험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23일 밤 구룡반도 끝에 위치한 홍콩문화회관 대극장. 어두운 무대위에 비춰진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 글씨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관객들이 무대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객석 곳곳에 숨어있던 각국 배우들은 자기 언어로 무대위의 글들을 읽으며 무대에 오른다. 서막이 걷히고 무대가 밝아지자 등장한 손오공과 주연배우들.

"배고파서 더 이상 못걷겠어" (사오정)
"오레닷떼, 모우 아루케 네-(나도 더 이상 못걸어)" (손오공)
"워 터우 어!" (저팔계).

저팔계가 밥을 달라며 나뒹굴자 드디어 객석에 폭소가 터져나온다.

주인공 손오공은 일본의 신예 사토 준, 터프하고 여자를 밝히는 캐릭터로 바뀐 삼장법사는 일본의 고비야마 요이치가 맡았다. 저팔계는 홍콩배우 리춘초우. 우리측에선 신현종(사오정)과 김희령(백마.관음보살), 고기혁(이천왕.도적)이 나와 외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천축(天竺)으로 향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8백리가 넘는 큰 강 '통천하(通天河)' 앞에서 대마왕에게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마을 주민들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 대신 제물대에 오른 손오공이 대마왕을 물리치면서 상황은 일단락 되지만 삼장법사와 저팔계가 대마왕의 계략에 빠져 일행은 또다시 위기에 처하는 단순한 줄거리다.

관객 입장에서는 전체 대사 상당부분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지만 관객들은 개의치 않고 마냥 즐거워한다.

연출을 맡은 우야마 히토시(일본)는 "간혹 어른들은 대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완벽하게 줄거리를 따라잡는다. 머리로 작품을 이해하기 보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작품을 지켜보면 좋을 것" 이라고 관람요령을 알려줬다.

3월말 한국공연 때 연출협력을 맡게될 김창래씨는 "우리 배우들의 대사를 늘려 외국어 대사를 부연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코믹한 신체연기가 많은 점도 관객의 이해를 돕는 대목. 여기에 가로 세로 30m에 달하는 거대한 흰 천으로 파도를 만들어 객석을 뒤덮고 배우들이 공연중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만나는 등 '놀이' 같은 즐거움도 담겨있다.

일본 가부키음악으로 시작해 일본 최고의 밴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센바 키요히코가 음악을 맡았다.

김덕수 사물놀이와 함께 작업한 경험 때문인지 작품 중 우리 사물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슈퍼 손오공' 은 3월 중국 광저우와 베이징, 싱가포르에서 차례대로 공연한 뒤 3월23~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관객과 만난다. 02-745-5127.

▶홍콩예술제는…

홍콩국제예술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아트페스티벌. 매년 2월이면 전세계의 쟁쟁한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연극과 오페라.클래식 콘서트.발레.전시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행사를 펼친다.

29회째인 올해는 2월7일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시작으로, 요요마 실크로드 앙상블, 토스카나 오케스트라, 에머슨 4중주단, 호주 현대무용단 '청키무브' , 크로노스 4중주단, 중국국립발레단 등 34개 단체의 행사가 3월11일까지 계속된다. 이중에는 이달초 내한공연을 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과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화이트 오크 무용단' 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설치미술가 김홍석씨 등의 '나와 타인' 이라는 전시가 참여했다.

올해 예술제의 하이라이트는 첼리스트 요요마의 '실크로드 프로젝트' 다. 아시아지역 작곡가들이 각각 실크로드를 주제로 만든 첼로곡을 요요마가 연주한다.

홍콩예술제의 평균 티켓예매율은 90% 이상. 화제작품들은 2~3개월전부터 전석 매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올해도 '슈퍼손오공' 을 비롯해 대다수 작품들의 티켓이 매진됐다.

예술제 사무국의 소쿼크완(蘇國雲)프로듀서는 "이런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홍콩 예술제사무국은 예술제 총예산 9백만달러(약 1백10억원)의 40%가 티켓판매대금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홍콩시당국 지원금(45%)과 광고(15%)로 조달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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