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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계속되는 흥행 열풍!

중앙일보

입력

'양들의 침묵' 이후 10년만에 공개된 속편 '한니발'이 지난 주말에 이어 2월16일 금요일부터 프레지던츠 데이(President's Day) 공휴일인 19일 월요일까지 이어진 연휴 주말 북미흥행에서 다시 3,350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1위를 차지해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역대 프레지던츠 데이 연휴 동안의 가장 높은 흥행성적이다. 개봉 11일동안 '한니발'이 벌어들인 총수익은 1억 738만불로서, 개봉 10일째인 이번 일요일에는 올해 개봉작중 1억불을 돌파한 최초의 영화 자리에 오르기도 하였다. 미국내 배급을 담당한 MGM의 배급대표인 래리 글리슨은 이 영화가 최종적으로 미국내에서만 1억 9천만에서 2억불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였다.

'한니발'의 세계 배급을 담당한 유니버설사(영화는 MGM과 유니버설이 제작비 8천만불의 절반씩을 부담하였고 수익도 50대 50으로 나누기로 하였다)의 대변인은 이 영화가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호주,독일에서도 이번 주말 개봉되자마자 흥행 1위를 기록하였고, 미국과 동시에 개봉된 이태리에서는 2주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개봉 주말 3일동안 950만불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영국 흥행사상 다섯 번째로 높은 개봉주말 수입이었고, 독일에서의 개봉주말 수입 630만불은 독일 흥행사상 열한번째로 높은 성적이였다고 유니버설측은 밝혔다. MGM사와 유니버설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합산하면 '한니발'이 개봉 11일 동안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총수익은 1억 4천만불에 달한다. 유니버설사의 부회장인 마크 쉬머거는 이 영화의 라스트씬(골을 파먹는 장면이 나온다)의 충격이 새어나가기 전에 영화를 전세계에 상영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4주 이내에 세계전역에서 개봉할 계획을 소개했다. 국내개봉은 3월 초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연휴 주말 2위부터 4위까지는 새로 선보인 신작들로 채워졌는데, 크리스 락이 주연한 코미디물 '다운 투 어쓰(Down to Earth)'가 2,003만불의 수입으로 2위에 올랐고, 인기 TV 만화영화의 첫 번째 극장판인 '리세스(Recess: School's Out)'와 키아누 리브스,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로맨스물 '스위트 노벰버(Sweet November)'가 각각 1,346만불과 1,102만불의 수입으로 3위와 4위에 랭크되었다.

지난 주 화요일 있었던 올해 오스카상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무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션되었던 '와호장룡'은 지난 주말보다 447개가 늘어난 1,651개 극장에서 상영되어 1,046만불의 수입을 올림으로써 5위에 랭크되었다. '와호장룡'이 개봉 74일 동안 벌어들인 총수입은 7,320만불로서 외국어로 상영된 영화중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데, 제작사인 소니사의 대변인은 이 영화가 오스카상의 수혜를 받음으로써 무난히 1억불 이상의 흥행수입을 기록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또 다른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들이자 나란히 5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Traffic)'과 라세 홀스트롬 감독의 '초콜렛(Chocolat)'도 오스카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주말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한 750만불과 567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각각 6위와 8위에 랭크되었다. '초콜렛'의 배급사인 미라맥스사의 마케팅 담당 부대표인 데이비드 카미노프는 "사람들은 오스카 시상식이 있기 전에 작품상 후보작들을 경험해 보기를 즐긴다."며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흥행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휴 4일동안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2,584만불인데, 이는 '나인 야드'와 '지금은 통화중'이 각각 1,592만불과 1,571만불을 벌어들여 1위와 2위를 기록하여 역대 프레지던츠 데이 연휴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1억 1,181만불)과 비교할 때 무려 12.5%가 증가한 성적이어서 프레지던츠 데이 연휴의 새로운 흥행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이로써 14주째 전년대비 주말 흥행우위를 지키게 된 미국영화계에서는 올해의 총수입이 작년의 기록을 깨고 역대 년간 최고 수입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주말 2위로 개봉한 '다운 투 어쓰'는 감독 데뷔작인 '아메리칸 파이'로 주목을 받은 웨이츠 형제(폴과 크리스 웨이츠)가 로버트 몽고메리 주연의 1941년작 '조단씨 돌아오다(Here Comes Mr. Jordan)'를 두번째로 리메이크한(첫번째 리메이크작은 워렌 비티 주연의 78년작 '해븐 캔 웨이트(Heaven Can Wait)'로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었다) 코미디물이다. 몽고메리와 비티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 뜻하지 않게 저승에 갔다가 부활하는 주인공을 연기한 이는 '리썰웨폰 4'와 '도그마'의 인기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다.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다운 투 어쓰'가 역대 프레지던츠 데이 연휴에 개봉한 영화들중 두번째로 높은 흥행수입인 2,003만불(첫번째는 98년작 '웨딩 싱어'의 2,190만불이다)을 벌어들인 데 대하여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사의 배급대표인 웨인 류엘렌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영화들은 평론가들의 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아울러 메이저 무비 스타로 성장한 크리스 락의 파워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영화가 히트한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랜스 바턴(크리스 락)은 시골출신 코메디언 지망생으로 그의 꿈은 아폴로 극장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나이트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남을 웃기는 재주가 별로 없는 랜스에게 이것은 단지 꿈일 뿐이다. 어느날 지나치게 소심한 천사 미스터 키예스('아메리칸 파이'의 아빠역을 맡았던 유진 레비)가 랜스의 수명이 다한 것으로 착각하고 교통사고를 통해 그를 천국으로 데려가지만 이내 천사장인 미스터킹에 의해 랜스의 갑작스런 죽음이 실수로 일어난 일임이 밝혀진다. 다시 환생을 시키려하지만 그의 시신은 이미 땅에 묻힌 터라 돌아가지 못하고 랜스는 마지못해 수명을 다한 부유한 늙은이 찰스 웰링턴의 몸으로 부활하게 된다. 힘들게 부자로서의 생활에 적응해 가던 랜스는 웰링턴의 회사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인('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레지나 킹)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한편, 찰스의 부인('아메리칸 파이'의 섹시한 엄마역을 맡았던 제니퍼 쿨리지)가 그녀의 개인 비서('긴급명령'의 그렉 게르만)와 불륜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남편인 찰스를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 모든 혼란속에서 랜스는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데...

앞서 전한 대로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매우 냉담하였다.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약간 즐거운 정도."라고 평했고, 워싱턴 포스트의 스티븐 헌터는 "꾸준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크리스 락을 빼면 볼 것 없는 영화라고 혹평을 가했다.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더 강한 어조로 혹평을 퍼부었는데 "'다운 투 어쓰'는 놀랄만한 졸작이다."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소수의 평론가들은 미지근하나마 크리스 락의 열연을 이유로 이 영화 편을 들어주기도 하였는데 그들 중 한명인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크리스 락의 따뜻함과 호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번 주말 4위로 데뷔한 디즈니사의 '리세스(Recess: School's Out)'는 미국 전역에서 ABC 방송을 타고 매주 방영되는 인기 어린이 만화영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G등급(아무나 볼 수 있는 등급)의 만화영화라는 점에서 디즈니판 '럭랫(Rugrats)'이라 할 만한 영화이다.

마침내 한 학년이 끝나고(미국의 학년은 여름에 끝난다) T.J. 데트와일러는 즐거운 여름방학만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뜻밖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으니 전직 교장인 베네딕트 박사가 레이저 빔을 이용, 날씨를 조정해 영원히 겨울만 있게 함으로써 학창시절 방학을 없애려는 음모(?)가 그것이다. 이 베네딕트 박사의 무서운(?) 계획을 알아차린 T.J.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박사의 음모를 분쇄하여 여름 방학을 지키려 하는데...

이 영화가 디즈니 만화영화치고는 새로운 점이 없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의 토드 맥커시는 "디즈니 명성의 퇴보."라고 비난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만화영화에 따뜻한 애정을 표했다. LA 타임즈의 마일스 벨러는 "비록 이 영화가 혁신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기분좋은 만화영화임에는 틀림없다."고 평했고, 시카고 트리뷴의 로렌 킹은 "재미있고 유쾌한 만화영화."라고 칭했으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 역시 "베이비 붐 세대와 그 자녀들을 타겟으로한 매우 유쾌한 만화영화."라고 호평을 실었다.

이번 주말 5위로 개봉한 '스위트 노벰버(Sweet November)' 역시 '다운 투 어쓰'와 마찬가지로 1968년도에 개봉되었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로맨틱 코메디물이다. 원작에서 샌디 데니스와 앤소니 뉴얼리가 주연했던 인물들을 이번에는 '매트릭스'의 슈퍼스타 키아누 리브스와 '사이더 하우스', '맨 오브 오너'의 샤를리즈 세론이 연기하고 있다. 연출은 84년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로 올랐던 '칼(Cal)'로 감독데뷔한(그 뒤로는 별 작품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팻 오코너가 담당했다.

기대치에 못미치는 흥행결과에 제작사인 워너 브러더즈사는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는데, 워너사의 대변인은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71%가 여성관객이었고, 25세 이상의 비교적 나이든 관객들이 전체관객의 60%이상을 차지했었다고 전했다.

이기적이고 일밖에 모르는 광고회사 대표 넬슨 모스(키아누 리브스)는 자유분방한 여성인 사라 디버(샤를리즈 세론)를 만나서 한달간의 계약 연애에 돌입하게 되는데, 한달 후에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조건이다. 하지만 이 둘은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스위트 노벰버'에 대하여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단지 달콤할(sweet)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토론토 스타의 죠프 피비어는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왜 할리우드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에 집착하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키아누 리브스와 샤를리즈 세론이 실제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보이려 노력하는 것에 비하면 '토이 스토리'는 실질적이고 생동감있는 진실의 최고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며 빈정댔고, CNN 쇼비즈니스의 폴 클린튼은 "T.S. 엘리오트는 22년도에 쓴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그가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내용을 11월(노벰버)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조소를 금치못했다. 다만 샤를리즈 세론의 연기는 봐줄만 했다는 것이 중평이었는데,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이것은 소규모 영화로서, 완성작으로부터는 한참 먼 거리에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가 세론에게 예전에 해본적이 없던 역할을 맡아 자신의 연기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게 한 점만은 긍정적이다."고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이번 주말 나머지 10위권에 든 작품으로는, 제니퍼 로페즈와 매튜 맥코너히 주연의 로맨틱 코메디 '웨딩 플래너(The Wedding Planner)'가 671만불의 수입으로 7위를 기록하였고, 톰 행크스의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이 기대되는 '캐스트 어웨이'가 540만불의 수입으로 9위, 지난 주말 개봉되었던 10대용 코미디물 '세이빙 실버맨(Saving Silverman)'이 481만불의 수입으로 10위를 차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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