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도 안듣는 ‘마법의 날’ 통증, 자궁 이상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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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의 약 80%가 월경통을 경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이 감내해야 할 고통으로 여겨 방치한다. 문제는 월경통이 큰 병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청소년기부터 월경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말 못할 고통, 이브의 통증’ 두 번째 주제는 ‘월경통’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오른쪽)가 월경통이 있는 여성의 자궁을 초음파로 검사하고 있다. [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아랫배 쥐어짜듯 아프고 허리 뻐근

최남희(가명·19·서울 강동구)씨는 열 살에 초경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월경통을 달고 살았다. 아랫배가 쥐어짜듯이 아프고 허리가 뻐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통제도 듣지 않았다. 월경통 시작 7년 만에 병원을 찾았다. 역시 자궁 월경통이 요인이었다. 최씨는 수술 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월경통에서 벗어났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허주엽 교수는 “월경통은 주관적이어서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10명 중 8명이 경험한다”며 “이 중 절반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월경통은 1차성과 2차성으로 나뉜다. 1차성이 약 80%다. 1차성 월경통은 월경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통증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월경 때 자궁 안쪽 막(자궁내막)에 프로스타글란딘·바소프레신·류코트리엔 같은 통증 유발물질이 만들어진다”며 “자궁을 수축하게 하고 혈류량을 감소시켜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1차성 월경통은 초경 시작 6개월 뒤부터 나타난다. 청소년기와 젊은 여성에게 많지만 40대 후반까지 지속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1차성은 월경 직전과 직후 시작해 48~72시간 이어진다. 아랫배를 중심으로 골반과 허리 쪽에 통증이 있다. 두통·메스꺼움·구토·복부 팽만감 같은 전신증상이 동반된다.

자궁내막증·골반염증도 통증 원인

2차성은 최씨처럼 자궁·골반 등의 문제로 발생한다. 허 교수는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이 2차성 월경통의 주요 원인”이라며 “월경으로 배출돼야 할 자궁내막이 나팔관을 타고 자궁 주변에 퍼지거나 자궁 근육에 파고들어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2차성 월경통은 대부분 초경이 시작하고 수년이 지난 뒤 발생하는 게 특징”이라며 “월경 시작 1~2주 전부터 월경이 끝난 며칠 후까지 지속된다”고 말했다.

 자궁 입구가 막히거나 자궁이 두 개인 자궁기형·종양·골반 염증도 원인이다. 허 교수는 “진통제로 월경통이 개선되지 않거나 점차 복용량이 증가하면 2차성 월경통을 의심해 초음파·내시경·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궁 속 피임장치도 월경통에 영향을 준다. 기 교수는 “피임장치를 만들 때 사용하는 구리 성분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 많이 먹으면 월경통 악화

월경통을 줄이려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낮추고,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끼쳐 월경통을 악화시킨다. 허 교수는 “1차성 월경통은 스트레스만 잘 관리해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먼저 서구식 식습관을 바꾼다. 허 교수는 “월경통 비율은 서양이 더 높다”며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육류와 인스턴트식품 섭취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메가-6는 자궁의 프로스타글란딘·바소프레신 같은 통증 유발물질을 증가시킨다. 월경통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과일과 채소다. 자궁의 통증 유발물질을 감소시킨다. 연어·참치·광어 등 저지방 어류도 좋다. 콩류·곡류와 호박·참깨·해바라기 같은 종자식물도 추천된다. 비타민 B군·아연·칼슘·마그네슘·오메가-3도 챙기자. 주 3회, 30분 가벼운 운동은 자궁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월경통이 일상에 지장을 주면 치료가 필요하다. 기 교수는 “통증 전달물질을 차단하는 진통제를 사용하고 효과가 떨어지면 먹는 피임약을 처방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따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피임약은 자궁내막의 성장을 억제해 월경통을 줄인다.

 기 교수는 “호르몬 분비 자궁장치는 월경통을 개선하고 과도한 월경량을 줄일 때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2차성은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억제제나 면역요법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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