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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대응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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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김정은의 북한은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도발의 수단도 다양해질 것이다. 다음 세 가지 범주의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첫째, 핵과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는 의도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북한의 요구에 귀 기울이게 하거나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점들은 북한의 전술적 목적인 것이 맞다. 그러나 전략적 목표는 핵 능력과 미사일 등 투발(投發) 수단 확보다.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은 북한이 자신들의 의도를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이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핵실험은 무기화하기 위한 것임을 부인할 방법이 없으며 지진이나 대기 중 핵물질 확산, 위성감시 등에 의해 쉽게 포착된다. 따라서 북한은 이런 도발들을 감추는 대신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거나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핵·미사일 실험은 북한이 전략적 능력을 갖추기 위한 디딤돌이다. 따라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한 지속적으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일 이내에 북한에 정박했던 모든 선박을 검문하거나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들을 제재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래식 군사도발.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거나 한·미와 중국 사이의 관계를 벌어지도록 하기 위해 재래식 도발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한 소행임을 부인하고 한국인과 미국인들 일부가 동조함으로써 북한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 수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 정부들은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 정부는 추가적인 도발에 대해 도발 원점과 지휘부에 대한 보복 타격을 공언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억지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북한은 차기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또는 분쟁의 확산을 염려하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분열을 만들기 위해 다시 도발할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도발, 특수부대의 공격, 한반도가 아닌 해외 한국 시설물에 대한 공격 등이 예상된다. 북한은 재래식 도발이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보다 중요한 핵실험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한·미는 북한의 재래식 도발에 대한 충분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억지력은 양자가 합동으로 대처할 때 더 강해질 것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포함하는 보복작전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이 일정에 쫓겨 이뤄지기보다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는 사이버공간이나 우주, 해양에서의 비재래식 도발이다. 북한은 이런 공간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그러나 한·미 양국처럼 선진국들이 경제·사회 활동을 크게 의존하는 이런 공간의 인프라에 대한 비대칭적 공격 수단을 개발할 수 있다. 북한의 사이버전 수행 능력은 빠르게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의 한국 언론기관들에 대한 비난은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의 GPS 교란은 인천공항의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국제 범죄단과의 연계를 통해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이를 은폐할 수도 있다.

 북한으로선 이런 종류의 사보타주가 자신들의 범행임을 감추기 쉽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보복당할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격은 중국의 서버를 통하거나 한국 내 불순분자를 동원할 수 있다. 트럭에 실린 GPS 교란 장비는 보복 시 표적을 고정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이런 공격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외부에는 감추고 소수 지도층에만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지도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사이버 방어 능력을 크게 강화해야 하며 주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미 간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위의 세 가지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억지, 방어, 보복 전략을 철저하게 마련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대응 수단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