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전자산 7, 투자자산 3 비율 지켜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4호 21면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한 증권거래인이 8일(현지시간)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유럽 네 번째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마드리드 로이터=연합뉴스]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4·서울 압구정동)씨는 펀드·주식을 일부 정리해 5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 중 2억원은 만기 6개월짜리 특정금전신탁에 넣고, 1억원은 하이일드(고수익)채권, 1억원은 기업 내용이 탄탄한 가치주에 투자했다. 나머지 1억원은 수시 입출금식 단기특정금전신탁 상품에 넣었다. 김 사장에게 조언을 해준 국민은행 서울 압구정 프라이빗뱅킹(PB)센터 신동일 팀장은 “주식을 사 두기 불안해하는 사람 중에 괜찮은 투자 대상이 나타나면 바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자산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視界 제로 금융시장, 내 돈 어떻게 굴리나 4대 시중은행 PB 긴급진단

증시는 연일 출렁이고 금융시장은 불안하다.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이은 스펙시트(Spexit·스페인의 유로존 탈퇴) 공포로 유럽의 불안이 언제 가라앉을지 알기 어렵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나 떨어뜨렸다. G2(두 강대국)로 불리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중국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중국의 최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를 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융불안이 심해지면 미 금융시스템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유로존의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언급했다. S&P는 미국의 국가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준금리를 12개월째 연 3.25%에 묶어두고 있다.

이렇듯 앞날을 제대로 점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 재산은 어떻게 유지·관리하고 불려 나가야 할까. 시중은행 일선에서 자산가를 상대하는 베테랑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을 들었다. 투자상담자이자 재테크 서적 저자인 국민은행 신동일 팀장과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박승안 부장, 신한은행 파이낸스 PB센터 이관석 팀장, 하나은행 서울 청담동 골드클럽 배종우 부장이다. 이들은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확보가 투자전략의 기본이 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한은행 이관석 PB는 “손실을 정리하든 새로이 투자하든 일단 결정하면 머뭇거리지 않는 빠른 실행력이 자산가들의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 국민은행 신동일
조급함을 버릴 때다. 국내외 경제지표와 유럽 재정위기 동향을 예의 주시하자.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다. 이를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단기특정금전신탁(MMT) 같은 유동성 상품에 넣어두면 좋다. 만기 3개월, 6개월짜리 상품이 시중에 많다.

보유 금융자산 규모에 따라 구성을 달리한다. 빚이 없을 경우 금융자산이 1억원 미만이면 안전자산 대 투자자산의 비율은 6대4 정도가 좋다. 1억원 미만은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인 만큼 높은 투자수익률보다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 안전자산은 특정금전신탁(ABCP)과 정기예금에 반반씩 넣는다. 투자자산은 주식형 펀드를 활용한다.
금융자산이 1억~2억원이라면 안전자산 대 투자자산을 절반씩으로 한다. 유동자산 운용은 MMT를 활용한다. MMT는 연 3% 이상 금리에 입·출금이 자유로워 좋다. 2억원 이상의 자산은 4대6 정도로 배분한다. 투자자산은 사모펀드·적립식펀드 등에 넣는 것이 좋다. 금융금융자산이 5억원 정도라면 주식투자를 해볼 만하다. 현재 주식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점이므로 투자수익을 적극 추구하는 전략도 괜찮다.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이라면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세금 문제를 함께 고려한다. 즉시연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 금융소득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 매월 수령하는 연금은 적립식 펀드 납입 재원으로 활용해 절세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증여 기회로’ 신한은행 이관석 PB
부동산·주식·금 할 것 없이 다 떨어지면서 자산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증여 측면에서는 기회일 수 있다. 치과의사 박모씨는 2007년 3억원을 들여 가입한 중국펀드가 최근 40% 넘게 떨어졌다.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볼까 하다가 최근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펀드는 평가금액 기준으로 증여가액이 결정된다. 그의 중국펀드 평가금액은 약 1억80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증여 후 원금을 회복하면 그만큼 절세 효과를 낸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투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설사 바닥을 놓치더라도 변동성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주식 비중을 줄일 때는 앞으로의 수익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자산을 정리할 때 성과가 좋은 것부터 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익을 잘 내왔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큰 법이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그동안 투자 수익이 좋지 않는 자산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투자 기회를 포착했을 때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거액 자산가라면 안전자산을 70% 정도로 유지하고 30%는 투자 재원으로 갖고 있는 것이 좋다.

‘빚 갚고 자산 재구성’ 우리은행 박승안 PB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 가령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가고 원화가치가 달러당 1200원을 치고 올라갔을 때도 자금 운용에 문제가 없는지, 버틸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본인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해 놓는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당장 손해를 보면서까지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빚 내서 투자한 경우라면 일정 비율(30~50%)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개별 상품으로는 국·공채 등 채권과 3개월 만기 은행 예금 상품 같은 안전자산을 추천한다. 여유를 갖고 시장을 지켜볼 수 있는 상품들이다. 채권 직접투자를 할 경우는 금리 상승에 따른 매매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되도록 만기까지 갈 수 있는 돈이어야 한다. 예금은 금리가 낮더라도 안정적 자산 구성 차원에서 필요하다. 예금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유동성 확보라는 편익이 중요하다. 금은 안전자산이고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덜 수 있는 수단으로 조금씩 순차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고객인 50대 중반의 수출업자는 최근 수출대금으로 입금되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의 가치가 뛴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정체되자 이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있다.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되 서두르진 말자. 정부의 부동산 부양 대책이 두세 번 더 나올 시점을 노려볼 만하다.
 
‘하이일드 채권에 관심’ 하나은행 배종우 PB
투자 원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손실을 본 자산가들은 원금 보장을 끔찍하게 중시한다. 80억원대 재산을 가진 김모(65·서울 청담동)씨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해외펀드에 투자해 20%가량 손실을 봤다. 아픈 기억 때문에 최근에는 주식형 상품보다는 금리가 낮더라도 안정적인 연리 4%대 정기예금과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큰돈을 넣어놨다. 은행의 특판 상품에도 관심이 높다.

중(中)수익중위험 상품인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수익이 나지만 채권의 쿠폰(표면이자) 수익은 시간이 가면 저절로 발생한다. 하이일드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이지만 보통 신용등급이 BB- 이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익률도 5~6%대로 괜찮은 편이다. 다만 하이일드 채권은 여유 자금으로 길게 바라보고 투자한다. 최근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 등이 내놓은 하이일드 채권에 자산가의 관심이 높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길어질 조짐이다. 이를 틈타 고수익에 베팅하기보다 시장을 길게 내다보고 정기예금 같은 안전상품에 관심을 가져보자. 원자재 수요도 적어 실물상품 투자도 신중해야 한다.

여유 자금이 많다면 주식시장을 눈여겨보자.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 급락하면 급등하기도 한다. 과감한 투자로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우량 주식에 직접 투자해 오래 돈을 묻어두는 것도 나쁠 것 없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 PB센터 팀장. 투자상담사. 『한국의 슈퍼리치』 저자
이관석 신한은행 파이낸스 PB센터 팀장. AFC(펀드상담전문가)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부장. 투자상담사. 『재테크 바이블』 공저자
배종우 하나은행 청담동 골드클럽 부장.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