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발툴 이젠 빌려쓴다

중앙일보

입력

소프트웨어 호스팅 모델에 이상 기운이 감돌고 있다. 개발툴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웹기반 툴을 임대함으로써 새로운 이윤 창출의 출구를 만든 것이 바로 그것.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오라클, 볼랜드, IBM, 래쇼날 소프트웨어와 기타 크로스게인(CrossGain) 같은 신생기업들은 프로그래머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작성, 구축,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웹기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임대하기 시작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툴 판매가 부진한 것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전략이다.

ASP 개념이나 웹으로 소프트웨어를 임대하는 것이 더 이상 새롭진 않다. 기성 테크 기업들과 SAP이나 잼크래커(Jamcracker)같은 신생기업들 모두 사업관리 소프트웨어에서 인터넷을 통한 e-메일 접속과 보안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호스트할 수 있어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설치, 관리할 필요가 없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을 겨냥한 이런 조치는 개발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들을 제공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웹을 통해 공동 작업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기가 인포메이션 그룹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길핀은 이 웹 모델을 사용하면 함께 일해본 경험이 전혀 없고 팀의 구성원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어도 아주 빠른 시간 내에 협업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설치하는데 수개월이 걸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바로 웹을 통해 필요한 개발툴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길핀은 "과거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셋업부터 실험에 이르는 개발환경을 구축하는데 빠르면 몇 주에서 늦으면 한 두 달까지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긴급한 단기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작업해야 하는 경우 이같은 서비스 제공 모델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ASP들은 개발툴 임대를 이용함으로써 기존 임대 사업을 확대시키는 참신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사업모델과 가격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ASP들 간에 합병을 추진했다. 일례로 레드 고릴라(Red Gorilla)와 핫오피스 테크놀로지(HotOffice Technologies)같은 기업들은 사업을 그만뒀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

하지만 시장 조사 그룹인 AMR 리서치는 ASP 시장의 연성장률이 153%로, 2004년이면 4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용 ASP 모델의 번창 여부를 단언할 순 없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웹기반 툴 시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포리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사이먼 예이츠는 "이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업 재무구조가 변하게 될 것이다. 기초 툴과 소프트웨어 코드를 사용할 경우 그것을 구입하는 데 수십만 달러를 지출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만큼 빌려쓰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발툴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굉장한 수입원이진 않지만 제품 포트폴리오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기업들은 툴 조사, 개발, 마케팅 등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고도 개발자들을 유인하고 좀더 수익성있는 기술 시장에 씨를 뿌리기 위해서 이런 제품들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좀더 수익성있는 기술들이란 MS, IBM, 오라클같은 기업들이 공급하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고성능 컴퓨터같은 것들을 말한다.

애널리스트들과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은 웹기반 툴을 향한 움직임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적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개발툴을 단순히 컴퓨터에 설치해놓고 소프트웨어 코드를 만든 후 e-메일로 통신했다.

대기업 내부의 개발자 그룹들은 툴에 의존해 새로운 코드의 다양한 버전들과 ''빌드(build)''들을 추적한다.

볼랜드 CSO인 테드 셀턴은 "임대용 웹기반 툴로 새로운 고객층이 생겨날 것이다. 개발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연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며 그들이 바로 우리 고객이 될 것이다. 웹기반 툴은 단순한 툴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실행, 배치,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참여

리눅스와 공개소스 커뮤니티들은 VA 리눅스 시스템의 무료 사이트인 소스포지(SourceForge)와 콜랩넷의 유료 사이트인 소스캐스트(SourceCast)를 통해 신규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들은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준다. 이런 사이트들은 소프트웨어 코드를 호스트할 수 있으며 변경이 있으면 서로 다른 버전의 소프트웨어 코드도 추적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게시판을 만들어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할 수 있다.

볼랜드, IBM, 래쇼날 소프트웨어 경영진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용 웹기반 제품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썬 마이크로시스템과 웹게인(WebGain) 역시 ASP 모델을 고려중이다.

웹게인은 시만텍에서 분리된 회사로 인기있는 개발툴인 자바용 비주얼 카페(Visual Cafe)를 제조하는 업체다.

한편 MS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그룹 부사장인 크리스 애킨슨에 따르면 MS 경영진들은 앞으로 비주얼 스튜디오 군의 소프트웨어 개발툴 호스티드 버전을 구축할 것이라고 한다. 호스티드 버전의 비주얼 스튜디오는 비주얼 스튜디오닷넷이라는 차기 비주얼 스튜디오 버전의 후속제품으로 나올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웹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아직은 초기단계다. 개발자들은 컴포넌트소스(ComponentSource) 및 플래시라인닷컴(Flashline.com) 같은 기업들을 통해 현재 구축중인 애플리케이션의 일부로 사용 가능한 미리 구축된 소프트웨어 코드인 컴포넌트를 다운받을 수 있다.

오라클은 웹기반 툴을 제공하는 기업 중 하나다. 오라클의 포탈 온라인 스튜디오와 모바일 온라인 스튜디오는 호스티드 환경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포탈 웹사이트와 무선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포탈 툴을 이용하면 사업체들이 직원용 포탈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고 오라클이 이것을 호스트하게 될 것이다.

원래 회사명이 인프라이즈(Inprise)였던 볼랜드는 개발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프트웨어 코드를 서로에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인스턴트 메시징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웹에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사업체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웹 호스팅 기업들과 제휴할 계획이며 오는 5월부터 웹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IBM 역시 개발자들이 HTML이나 XML 텍스트 편집기같은 툴을 웹에서 빌려쓸 수 있는 호스티드 모델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길핀은 "일부 기업들에게는 호스티드 모델이 유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로 인해 개발자 프로그램 작성 방식이 완전히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에 소속된 개발자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한 고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