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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용의 베스트 프랜드 ② 치매·운동부족 걱정되세요? 그럼 강아지 키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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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개를 키우면 치매를 예방 할 수 있다. [중앙포토]

늙는다는 것은 외로움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품을 지녔다고 해도 노인이 되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인은 노인들끼리 어울리기 십상이다.

 필자의 집 근처엔 초등학교와 그 옆에 작은 공원이 있다. 녹지가 잘 조성돼 어르신들이 휴식을 위해 자주 찾는다. 할아버지들이 길게 앉아 계신 벤치 앞으로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재잘거리며 지나간다. 노인들은 귀여운 듯 쳐다보고 말도 걸지만 아이들은 귀찮다는 듯 외면한다.

 그런데 어느 노인 한 분 앞에 아이들이 까르르 대며 둘러서 있다. 노인의 품에는 흰털에 눈동자와 코가 새까맣게 반들거리는 귀여운 말티즈가 안겨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안아보고 싶어하고, 강아지를 안은 할아버지를 스마트폰으로 연신 찍어댄다. 개중에는 할아버지에게 내일 이 시간에 나와달라고 간청하기까지 한다. 귀여운 개 한 마리가 할아버지에게 귀여운 꼬마 친구들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노인에게 개는 정신적인 반려자다. 개를 키우면 뇌가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다. 미국 리치먼드대학 크레이그 킨슬리 교수(심리학)팀은 쥐를 대상으로 새끼의 수, 그리고 새끼 유무에 따른 치매 연관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새끼를 많이 키울수록 기억력이 뛰어났고 치매 유발 단백질의 양도 적었다. 게다가 어미 쥐는 새끼 없는 쥐보다 더 용감했고, 먹이를 얻기 위해 5배나 더 빨리 움직였으며, 공간 지각 능력도 뛰어났다. 이것이 ‘엄마 효과(Matherhood)’다. 이러한 엄마 효과는 개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개와 교감하고 말을 걸며 기르는 과정에서 뇌가 지속적인 자극을 받는 것이다.

 개는 또 앞서 예를 들었듯 이웃과 소통하는 매개체다. 사람은 대인관계가 좋을수록 건강하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인병학연구실에선 75세 노인을 대상으로 대인관계와 치매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가족이 없이 혼자 살며, 친구마저 없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5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가족이 없는 노인보다 가족 간 사이가 나쁜 노인의 치매 발병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의 치매 환자가 3500만 명에 이르며, 2030년에는 6000만 명, 2050년엔 1억1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핵가족화로 인해 어르신들의 외로움은 갈수록 커져 세계에서 유례없는 노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대안이 바로 개일 수 있다. 개를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친구가 생겨 우울증은 물론 치매를 예방하고, 설령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

최지용 대한독스포츠연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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