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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의 실마리 못찾는 '디지털 저작권 논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브루스 레먼은 자신이 법안 작성에 조력했던 디지털 저작권법이 곤경에 처해있으며, 그 이유는 주로 인터넷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레먼은 1990년 중반 미국특허 상표청에 들어갔을 때 음악, 비디오, 기타 디지털 미디어 보급을 통제하는 법안 작성에 가담했다. 이제 국제 지적재산권 로비스트가 된 그는 디지털 전쟁에 개입하면서 저작권 보호 연합을 만들고 있다.

이 연합의 목적은 일반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자신과 의회가 만든 법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는 냅스터와 여타 디지털 적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음반 및 영화 산업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음반 및 영화 산업은 저작권이 왜 필요하며, 이것이 왜 온라인 세계에 보다 강하게 적용돼야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레먼은 "저작권 및 아티스트 보호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어떤 권리도 존재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뿐인 것 같아서 오랫동안 낙심했다. 하지만 거기에도 도덕성이 있다고 믿는 듯한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레먼이 스스로 작성한 법안이 법률로 확정된 지 2년이 지나서야 디지털 전쟁에 다시 합류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때 불가사의한 문제였던 저작권법이 파일 교환 서비스인 냅스터를 둘러싼 싸움 때문에 갑자기 대학생들부터 록 뮤지션에 이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것이 싸움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저작권 논쟁의 중심은 더 이상 국회의사당이 아니다. 로비스트들과 운동가들이, 냅스터의 다운로드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저작권법을 거부할 수 있는 일반인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저작권법의 좀더 넓은 의미에 초점이 모아지면서 1998년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이하 DMCA)의 일부 내용에 대한 분명한 반대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언론의 자유 커뮤니티에 속하는 구성원들을 서로 결합시키고 있다.

이런 다양한 후원자 단체들이 그들 간에 상호 단결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들의 주장이 정책 결정자들의 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런 엉성한 연합체들도 발언권을 얻고 있다.

공공연한 DMCA 비판자였던 모리슨 앤 포스터(Morrison & Foerster)의 저작권 담당 변호사 프레드 폰 로만(Fred Von Lohmann)은 "나는 브루스 레먼의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매우 높은 것같다.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일 준비가 되기도 전에 브루스 레먼과 저작권 보유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DMCA에 관해 경청할 준비가 돼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료 서비스만으론 부족하다

냅스터와 다른 P2P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위력이 불꽃튀는 논쟁거리가 됐던 것은 분명하다. 이런 서비스들은 제한없이 무료로 음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는 자유롭게 교환되기를 원한다''는 일부 급진주의자들의 생각을 결정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런 아이디어 또는 이런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는 수백만 명의 지지자들을 확보했다.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공동 창립자인 존 페리 발로우는 이 그룹의 지적인 지도자 역할을 하면서 디지털 보급은 저작권을 부적절한 것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에 어필하는 이런 주장은 연합 구축을 위한 올바른 촉매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DVD에 있는 복제 방지 장치를 파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짓밟아 없애기 위한 영화사들의 노력은 비록 일반인들에게는 좀더 천천히 인식된다 하더라도, 산업 비평가들을 위한 좀더 훌륭한 집결지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 소송은 언론의 자유와 저작권 간의 충돌을 나타내주고 있다. 또한 프로그래머, 교수, 언론의 자유 옹호자들의 열띤 결합을 다시 활성화시켰다. 이런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암호 코드를 게재하는 것에 대한 국가적인 금지를 비난했던 사람들이다. 소프트웨어 암호 코드는 e-메일이나 컴퓨터 파일들을 외부 침입자들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애호가들, 대형 음반 업체들을 반대하는 아티스트들, 좀더 이기적인 성향의 평범한 냅스터 애호가들이 이 그룹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더욱 강력한 복제 방지 기술쪽으로 기울고 있는 음반업체와 영화사들의 움직임이 현재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권리들을 박탈할 위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준 범위 내에 있다

1998 DMCA의 일부 내용이 다시 시작된 논쟁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1998 DMCA는 권한없는 디지털 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거의 모든 저작권 보유자들의 시도를 보호하고 있다. 복제 방지 장치를 파괴하거나 그런 행위를 돕는 장비 또는 정보를 보급하는 것도 불법화됐다.

레먼은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법률의 배후에는 일종의 철학이 깔려있다. 그 철학이란 창조적인 커뮤니티는 그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노르웨이 프로그래머가 DeCSS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전까지 이런 규정은 대개 이론적인 것이었다. DeCSS는 DVD 영화에 있는 복제 방지 장치를 우회해 이런 영화들이 컴퓨터에 복제될 수 있도록 만든다. 동영상 산업은 이 코드를 온라인에 게재한 사람들을 기소하겠다고 위협하고 몇몇 소송을 진행시킴으로써 재빨리 대응했다.

결국 법정에서 맞서 싸웠던 유일한 사람은 해커 시각을 대변하는 잡지인 2600 발행인 에릭 콜리였다. 그와 그의 변호사들은 그가 언론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 문제로써 이 코드를 게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 코드를 게재한 다른 사이트에 링크를 만들 권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두 가지 주장 모두 배척됐다. 연방 지법 판사인 루이스 캐플란은 이 코드가 영화 산업의 복제 방지 장치를 파괴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1998년 저작권법 하에서 이 코드를 게재하거나 링크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정했다.

이 저작권법의 위력이 좀더 잘 나타났던 것은 프린스턴 대학, 라이스 대학, 제록스 PARC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한 단체가 SDMI(the 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가 제안한 모든 복제방지 기술을 파헤쳤다고 발표했을 때였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그 기술을 파헤쳤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변호사들의 충고를 듣고 아직 그들의 작업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컬럼비아 대학 법학과 교수이며 무료 소프트웨어 협회(Free Software Foundation) 회장인 에벤 모글렌은 "이것은 저작권법이 아니라,

매우 공격적인 형태의 테크놀로지 통제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식의 법률들이 인쇄된 자물쇠 따개 매뉴얼이나 도둑질하는 방법에 관한 책 따위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실적인 제약

레먼은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실제 아티스트들이 밥벌이를 해야하는 현실에서는 무한정한 디지털 복제판을 만드는 것이 매우 용이한 상황에 대해 어떤 조치든 취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레먼은 "이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법률의 배후에는 일종의 철학이 깔려있다. 그 철학이란 창조적인 커뮤니티는 그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동업자 단체들도 그들이 법적 권리로써 1998년에 획득했던 것에 대한 반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차츰 우려하고 있다.

미국동영상협회(이하 MPAA) 회장인 잭 발렌티는 지난 22일 한 연설을 통해 "헌법에 기초한 저작권과... 창조적인 작품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얻기 위해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축소하고 추방시키기로 작정한 사람들의 난폭하고 고집스런 주장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나는 의회와 일반인들에게 저작권 산업이 제공하는 막대한 이익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레먼이 설립하고 있는 단체는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 저작권 논쟁에서 힘있는 주장을 펼 것이다. 몇 년 동안, 미국음반산업협회(이하 RIAA)와 MPAA는 저작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 동업자 단체들은 끊임없이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을 호소해왔으며 RIAA는 수년 동안 이런 문제에 관해 학교에서 교육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그들이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협회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저작권의 원 소유자인 아티스트들을 직접 대변하지 않으며, 그들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의혹의 대상이 돼왔다.

아티스트 어겐스트 파이러시(Artists Against Piracy), 퓨처 오브 뮤직 협회(Future of Music Coalition)를 비롯한 몇몇 단체들이 아티스트들을 좀더 직접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단체들은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참여없이 만들어진 저작권법을 옹호하기보다는 논쟁에서의 발언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아티스트 어겐스트 파이러시의 전무이사인 노아 스톤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은 몇 가지 측면에서 매우 진보적이다. 하지만 특정 법률이 마켓플레이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다루기 위해 변경돼야할 사항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변화 중의 일부는 법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 콜리는 EFF와 수많은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항소를 추진하고 있다. DMCA의 다른 사항들이 냅스터 저작권 위반 소송과 기타 소송을 맡고 있는 법원들에 의해 재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관련 단체들이 일반인들의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은 아티스트, 대기업, 소비자, 언론의 자유 간의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수단을 통해 DMCA를 공격하는 세력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모글렌은 "우리는 ''그것들이 한 때는 시민적 자유에 속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권리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시대로 향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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