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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추락에 금리로 보호막 쳐

중앙일보

입력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FRB는 한달 동안 금리를 1%포인트나 내렸다.

월간 금리 인하폭으로는 1984년 이후 최대다. FRB가 최근의 경기둔화를 그만큼 심상찮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월가에서는 경기하강 속도가 워낙 빨라 금리인하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도 하지만 FRB의 연이은 금리인하 조치는 일단 소비.투자심리 회복 등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 계속 나빠지는 미국 경제=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지난달 31일 금리조정을 위한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를 마친 뒤 "소비자와 기업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 이라고 지적했다.

생산성.실업률.인플레 등의 지표는 낙관적인데 소비가 줄고 기업들의 자본 투자가 감소하는 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소비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달 4년 만의 최저인 114.4로 밀렸다.

또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공장과 생산설비 증설 등에 투입한 금액은 전기보다 1.7% 줄었다. 이같은 감소세는 9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또 31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2.2%)보다 훨씬 낮은 1.4%에 그쳐 95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착륙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 고 말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 얼마나 더 내릴까=FRB는 이날 "경제가 가까운 장래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까지 금리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FRB가 다음달 20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상반기 내 0.75%포인트 추가 인하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메릴린치증권사에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 시장 반응=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지난달 이미 25% 가량 상승했던 나스닥은 이날 65.62포인트(2.31%) 하락했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7.72포인트(0.56%) 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계속되는 금리인하가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여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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