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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선임제도 타당성도 짚어주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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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30면

요즘 들어 중앙SUNDAY를 읽는 재미가 많이 줄어들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독자인 내가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중앙SUNDAY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난 중앙일보와 중앙SUNDAY가 삶의 기본 가치나 그와 관련된 문제들에 계속 천착해 주길 기대하면서 신문을 본다. 개인과 국가의 안전과 생존, 자유와 인권, 빈곤과 공존, 부패, 통일, 일상의 즐거움과 자존감 등…. 중앙SUNDAY에 대한 가장 큰 아쉬움은 중앙일보에 매일 실리는 ‘시시각각’ 칼럼과 같은 촌철살인의 필력으로 정곡을 찌르는 칼럼이 없다는 점이다. ‘시시각각’은 매번 읽을 때마다 감탄과 공감을 금치 못한다. 저널리즘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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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자 중앙SUNDAY의 아쉬움을 1면과 4면의 ‘손톱깎이 한류’ 기사가 그나마 많이 달래줬다. 난 5년 전쯤 일본 여행 때 산 손톱깎이를 지금도 애용한다. 아마도 나와 남은 평생을 같이하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도 맘에 들고, 깎는 느낌이 매우 좋다. 이제는 국산 손톱깎이에서도 그런 ‘일상의 즐거움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즐거워진다.

대법원은 삶의 기본 가치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헌법기관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던 대법관 5인의 성과를 평가한 ‘막 내리는 독수리 오형제 시대 성적표’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그 주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내용의 심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곧 있을 대법관 후속 인선도 법조계에서는 큰 관심사다. 중앙SUNDAY에서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나아가 대법원장 개인 성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행 대법관 선임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짚어보는 게 좋겠다.

그 외 기사들은 특별히 새롭고 눈에 띄는 내용이 없었던 것 같다. 여러 고정 칼럼들도 딱히 크게 흥미로운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암호체계를 해독한 앨런 튜링을 다룬 ‘새 시대를 연 거목들’과 멀티플렉스 산업을 크게 일으킨 섬너 레드스톤 얘기가 담긴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가 쏠쏠한 즐거움을 주었다.

다소 진부해진 주제이긴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분쟁 상황과 통일에 관한 심층기사가 계속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철통같은 방어 태세만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천안함 피침이나 연평도 피격 같은 일들이 왜 벌어졌고, 왜 합당한 응징이 가해지지 못했는가,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세워지고 있는가 등은 개인과 국가의 안전 및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기도 하다.

예전에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감동 깊게 읽었다. 얼마 전에 다시 한번 읽어 봤는데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이 여전했다. 1인칭 주인공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진정성, 리얼리티가 주는 감동일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자신이 그러했을 것이지만, 미시적 관찰 및 기록이 주는 무게감과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SUNDAY가 이런 치열함, 리얼리티, 미시적 관찰 및 기록에도 더욱 노력해 주길 바란다.



이동신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17년간 대법원 등에서 법관으로 재직했고, 법무법인에서 건설부동산 분야의 소송과 자문 업무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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