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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FL 주니어 840점 윤선양의 영어학습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외교관이나 통시통역사가 되는 게 꿈인 윤선양은 영화를 보며 영어를 공부했다

윤선(천안쌍용중 3)이는 지난해 치른 TOEFL(토플) 주니어 시험에 응시해 840점(3등급 최고점수)을 받았다.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함께 응시한 30여 명의 응시생 중 1등을 했다. 전국 중학교 응시생 평균점수 761.6점 보다 우수한 성적이고 국제중학교 응시생 평균 점수보다도 높은 점수다.

표정 몸짓으로 스토리 상상하며 시청

선이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자막이 없는 미국 영화를 보며 영어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엄마가 골라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 봤다. 알아듣는 말이 많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며 스토리를 상상하면서 영화보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알아듣는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영화 한편을 집중적으로 반복해 본 것도 아니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따로 영어 시나리오를 보고 단어를 외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영화를 선택해 여러 편을 보았는데도 저절로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교포출신 교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문법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영어실력이 급성장했다. 선이는 이제 웬만한 미국 영화는 자막 없이 볼 수 있게 됐다. 엄마나 오빠(고2)와 함께 로멘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볼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선이는 외교관이나 동시통역사가 되는 게 꿈이다.

윤선양은 “워낙 영화보기를 좋아해서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경우 쉬운 단어가 많아 2, 3번만 봐도 많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교과서나 참고서에는 나오지 않는 표현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재영(아래 사진) 천안 정상어학원 원장은 “어린아이들이 영어를 학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언어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생까지는 스토리북을 보며 줄거리에 흠뻑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선이가 초등 4학년부터 영화를 보며 영어와 친숙해진 것과 같은 맥락의 조언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정도 회화능력이 생겼다면 이후부터는 올바르고 품격 있는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TOEFL 주니어는 물론 모든 영어시험이 갈수록 배경지식을 묻는 아카데믹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법·배경지식 공부로 ‘진짜 영어’ 익혀

우리나라 학생이 아무리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해도 미국에서 낳고 자란 아이들 보다 더 훌륭한 발음을 구사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더더욱 올바른 문법과 품격 있는 단어를 구사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선이의 경우 어린 시절 영화를 보며 영어와 친해졌지만 이후 학원을 다니며 문법과 배경지식을 쌓았기 때문에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유 원장은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지나치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어 교육이다. 이 때문에 고학년으로 올라가도 영어 능력은 깊이 없이 그저 그런 수준을 맴돌게 된다”고 말했다. 중학생만 돼도 영어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런 능력은 배경지식이 축적될 때 가능하다.

배경지식을 쌓아 얻은 영어실력이라면TOSEL(토셀)이나 TEPS(텝스) 그 어느 시험이라 해도 특별한 준비 없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선이는 지난해 토플 주니어 시험을 치르기 하루 전에 출제경향과 시험 보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모의고사 한번 풀어 본 게 다다. 유 원장은 “시험 보는 방법이나 특징만 알려주는 영어교육은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가짜가 아닌 진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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