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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도자는 컨트래리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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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오른쪽)이 26일 카자흐스탄 키메프대학에서 수여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카자흐스탄 국가가 울려 퍼지자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를 하고 있다. 행사는 알마티 시내 공화국 궁전에서 열렸다. 왼쪽은 키메프대학 방찬영 총장. [사진 키메프대학]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6일 카자흐스탄(카자흐) 알마티시 공화국 궁전에서 열린 키메프대학(KIMEP·방찬영 총장) 졸업식에서 국제관계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날 졸업식에서 베티나 에스페 부총장은 “명예박사는 전문가로서, 지역과 나라의 리더로서, 시민으로서, 지구촌 이웃으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며 “홍 회장은 평생 동안 배움, 공공 서비스, 문화 교류 등에 힘써 왔고 교육, 소통,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관계 강화 같은 분야에서 확고하게 기여했다”고 치하했다. 키메프 대학은 개교 이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등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홍 회장은 학위를 받은 뒤 ‘아시아 세기의 도래’ ‘평생교육의 중요성’ ‘지도자의 비전과 소통’ 등을 주제로 20분간 연설했다. 아시아 세기의 도래와 관련해 홍 회장은 “지금 중국·인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카자흐나 한국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확신한다”며 “언젠가 우리는 유럽연합에 견줄 아시아연합에 함께 속할지도 모른다. 졸업생들은 목표를 아시아 세기의 도래에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100년을 살면서 100년을 배우라’는 러시아 속담을 인용하며 “강력하고 광범위한 아시아 연대와 번영의 시대를 준비하고, 명문대 졸업생의 능력을 유지하려면 평생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끊임없는 학습은 급변하는 세계 조류를 헤쳐나갈 모든 지도자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도자의 비전과 소통’에 관해서는 “비전을 가진 지도자는 자기 분야뿐 아니라 세계적, 역사적, 지정학적, 산업적 대세를 포착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꿈과 목표를 향해 간다. 그런 지도자들에게는 포퓰리즘을 거부하는 도덕적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포퓰리즘을 ‘지지자(follower)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시도’로 정의하고 “비전 있는 지도자들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현상과 실상을 구분하며 팔로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며 “많은 위대한 지도자는 통념에 역행하는 컨트래리언(contrarian)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컨트래리언은 도덕적 용기와 결단력으로 대중의 의견·감정에 맞설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대중에게 희생도 호소할 수 있다”며 그 같은 최근의 인물로 스티브 잡스와 워런 버핏, 과거 인물로 영국의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총리,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한국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꼽았다. 홍 회장은 통치자가 기쁨과 슬픔을 백성과 함께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촉구한 맹자를 인용해 공감적 지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맹자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말했다.

  졸업식에는 졸업생 700명, 학부모 2000명, 교직원 200명, 알마티시 관계자와 백주현 한국 대사를 비롯한 VIP 및 학교 임원 등 모두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카자흐 첫 사립대, 영어로만 수업 … 취업률 90% 넘어

◆키메프대학은=소련 붕괴 이후 카자흐 독립 직전 개혁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카자흐 첫 사립 명문대학이다. <중앙일보>5월 12일자 24면>

키메프대학은 1991년 4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당시 정책특보였던 방찬영 박사와 개혁의 방법을 토론하던 중 방 박사가 낸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대통령은 곧 카자흐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던 알마티 시내 중앙당 학교 부지를 내주고 방 총장에게 운영·인사·예산권을 보장하는 법령도 만들었다. 그렇게 경제·경영·행정 3과로 구성된 대학원이 출범했고 96년 종합대학으로 전환했다.

연간 등록금 7000달러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의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이 진학한다. 졸업생 취업률이 90%가 훨씬 넘기 때문이다.

영어로만 수업하는 이 대학의 교수 163명 가운데 69명이 외국인이고 교수진의 70%가 박사다.

▶맹자의 '여민동락' 리더십 강조한 연설 인상적"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카자흐스탄 키메프대 영문 연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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