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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국산 식재료 우선 공급 … 학교 급식 전자조달시스템 장점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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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신성장사업본부장

최근 유행하는 웰빙 푸드의 트렌드는 단연 ‘지역화(local)’다. 복잡한 유통단계 없이 소비자 인근에서 재배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축산물을 먹자는 것이다. 지역 농산물은 사료·비료·농약·종자·유전자재조합식품(GMO)의 사용을 감시할 수 있고, 장거리 이동을 위해 농산물에 농약·왁스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국내에서 로컬 푸드의 범위는 반경 50㎞ 이내다. 국제적으로는 재배지에서 400마일(약 640㎞) 이하로 정하고 있다. 해외 기준으로 본다면 국내 농수산물은 모두 로컬에 속한다. 국토 면적이 크지 않은 데 따른 이점이다. 소비자는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만 따져도 어느 정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선택할 수 있 다.

 하지만 학교 급식 등 정부 조달 식품은 사정이 다르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 조달 협정 가입국 간에는 학교 급식을 위한 정부 조달의 경우 ‘비차별 원칙’이 적용된다. 수입산 과 국내산 을 차별할 수 없 다.

 이런 점에서 올 3월 말 채택된 WTO 개정 정부 조달 협정문이 학교 급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개정문에는 정부 조달 방식으로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국산 농산물을 우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학교 급식에서 우리 농수산물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한·미, 한·EU, 한·터키 등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다.

 이 점에서 공공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직접 운영하는 ‘단체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www.eat.co.kr)’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시스템은 전국 16개 시·도 3000개 학교와 2800개 공급 업체가 적용하고 있다. 거래 실적도 4200억원에 달한다.

 단체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은 식재료의 전 계약과정을 비대면식(非對面式) 전자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학교 급식 식재료 구매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또 인근 지역 내 학교 공동구매가 가능해져 식재료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중요한 점은 국내 친환경농산물 등 안전하고 우수한 식재료 공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공급 업체 승인단계부터 서류 및 현장 심사를 통해 1차적으로 부적격 업체를 가려낸다. 승인 후에도 해당 업체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의 관리기관이 안전성 및 원산지 수시 점검을 통해 부실 업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앞으로는 학교에서 반기별로 평가한 납품 거래 실태 평가를 근거로 업체 선정 기준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단체급식 조달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농가에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하고 안전한 농수산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자랑이다.

유충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신성장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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