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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무차별 폭행 동영상 물의

미주중앙

입력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쓰레기통에서 잠을 자던 백인 노숙자는 정신없이 울부짖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주먹과 곤봉에 피범벅이 된 채였다.

비명에 가까운 그의 절규에도 가해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폭행은 20여분간 이어졌다.

2명이 먼저 곤봉으로 그를 때려 쓰러트렸고 그 위를 6명이 올라탔다.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고 전기충격총을 2차례 그의 머리에 발사했다. 머리에 꽂힌 자극판을 통해 전류가 흐를 때 그의 다리는 심하게 경련했다.

노숙자는 "숨을 못쉬겠어요. 살려줘요"라고 애걸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욕설과 고함으로 노숙자의 입을 막았다.

노숙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의식을 잃기전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찾았다. "아빠 아빠! 저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해요."

폭행 가해자들은 '민중의 지팡이'를 민중에게 휘두른 경찰이었다.

지난 7일 오렌지카운티 샌타애나 형사지법에서 공개된 비디오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5일밤 풀러턴지역 버스 차고에서 노숙하던 켈리 토마스(당시 37세)가 풀러턴 경찰국 소속 경관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토마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판정을 받고 5일만에 숨졌다.

비디오가 공개된 이날 법정 심리는 토마스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매뉴엘 라모스(38)와 제이 시시넬리(40) 경관에 대한 예비심문이었다.

이들의 무차별 폭행이 담긴 비디오는 법정 공개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유투브'에 올려져 전세계에 알려졌다. 분당 91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비디오는 큰 관심을 불렀다.

폭행 장면과 더불어 토마스의 자세한 사망원인도 드러났다. 당초 경관들의 변호인측은 토마스가 "선천성 비대 심장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숨졌다며 폭행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임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토마스의 검시를 맡았던 병리학자 아루나 싱하니아 박사는 법정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등 타박상에 따른 내출혈로 다량의 혈액이 폐로 흘러갔다. 동시에 흉부 압박이 호흡을 방해하면서 뇌사에 이르렀다"고 증언했다. 즉 맞아서 흘린 피가 폐에 찼고 6명의 경관들이 위에서 압박하면서 숨을 못쉬어 사망했다는 뜻이다.

싱하니아 박사의 설명과 함께 검시 장면이 법정 화면에 공개될 때 방청석에 앉아있던 토마스의 부친은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법정을 뛰쳐나갔다.

이날 LA타임스를 비롯한 주류언론들은 폭행 장면을 자세히 보도하며 "재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비디오 한편이 불러올 여론의 공분을 예고했다.

결국 예비심문 이튿날인 9일 법정은 두 경관의 범행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 본재판 회부를 명령했다. 사건 발생 10개월만이다.

유죄로 판명되면 라모스 경관에겐 종신형 시시넬리에겐 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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