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도, 마카오에서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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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한구

(주)코텍 회장

2009년 4월 송도 신사옥으로 옮겼으니 이제 만 3년 지났다. 회사를 방문하는 외국 손님들 입에서는 감탄이 쏟아진다. 인천대교에서 보는 송도의 야경이 더 없이 빼어나다는 것이다. 그들은 방문할 때마다 새 빌딩이 솟아난 걸 보고 한국의 역동성에 놀라곤 한다. 2003년 말 경제자유구역(IFEZ) 지정 이후 9년이 되면서 ‘꿈은 이뤄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글로벌 기업과 세계적인 대학, 그리고 국제병원을 끌어들여야 한다. 진정한 국제도시 송도를 위한 세 가지 필수요소다. 영종도에 복합 리조트를 유치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을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산업에도 비중을 두기로 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우리는 이웃한 중국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난해 약 20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1인당 면세점 구입액은 1100달러로 일본인을 추월했다고 한다. 송도의 3개 호텔도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최근 흑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관광레저 서비스는 반드시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누른 마카오의 카지노 리조트인 베네치안 리조트를 찾는 사람은 연간 약 2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마카오 관광객의 70%가 여기를 방문한다는 얘기다. 그 덕에 이 리조트 한 곳의 고용효과가 2만5000명에 달한다. 마카오의 또 다른 카지노 리조트인 윈리조트의 고용 인력도 1만5000명이라고 한다. 청년실업과 조기 은퇴자 문제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할 대상이 아닌가 한다. 인천은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의 부유층을 끌어들이는 데 지리적으로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시설만 잘 갖춘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비행기로 고작 한 시간 반이면 되고, 한류와 K팝은 이들을 유인할 더 없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인천시가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에 버금가는 복합리조트를 건립해 새로운 관광산업을 선도하고 그 시설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전에 외국인에게 개방한다면 인천과 수도권 경제, 나아가 나라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는 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가장 확실한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이 즐기는 카지노 사업이 핵심이 되면 좋겠다. 사실 이런 접근은 인천이나 송도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나라의 먼 장래를 내다보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외국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일본의 한 투자가가 약 4조5000억원을 투입해 영종도에 복합리조트를 지을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달 뒤 그는 우선 500억원을 들여 법인을 설립했으나 사업부지의 땅값 문제로 본격적인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자본만 충분하다면 국내 기업이 나서는 것이 좋지만 아직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이 거액의 자금을 들여와 근사한 시설을 지으면 1만~2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수 있다. 복합 리조트가 들어선 뒤 몰려들 외국 관광객까지 생각하면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마카오의 성공 스토리를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한구 (주)코텍 회장

◆베네치안(Venetian)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2007년 8월 마카오에 문을 연 5만1000㎡ 규모의 카지노·컨벤션 시설이다. 3000개의 스위트룸으로 이뤄진 숙박시설과 엔터테인먼트·쇼핑 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일 카지노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 다. 미국 의 라스베이거스 샌즈사가 투자해 설립했다.

◆윈(Wynn)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2006년 마카오에 들어선 아시아 최초의 라스베이거스식 카지노·컨벤션 시설이다. 1014개의 룸과 스위트가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리조트사인 윈리조트가 투자해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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