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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DMB 곡예운전’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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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북 의성군 국도에서 일어난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단 교통사고는 운전 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경각심을 주고 있다. 7명의 사상자를 낸 트럭 운전사는 사고 당시 DMB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고 한다. DMB 등 전자기기 사용을 운전자 개개인의 양식에만 맡길 단계가 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간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해 “눈을 감고 핸들을 잡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DMB 시청 때 전방주시율은 50.3%에 그쳤다. 면허 취소 기준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 0.1% 상태로 음주운전을 할 때의 전방주시율(72%)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2010년 교통사고 사망 원인 중 54%가 전방주시 태만이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법적 규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4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동차 등 운전 중에는 DMB를 시청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갔지만 처벌이 빠진 훈시(訓示) 규정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들은 DMB 등 화상표시용 장치 작동을 엄격하게 단속해 처벌하고 있다. 미국(워싱턴DC 기준)은 100달러(11만원), 일본은 최고 7000엔(10만원), 영국의 경우 1000파운드(184만원)의 범칙금을 물린다.

 현재 국내 DMB 탑재 차량은 880만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고 시 장착돼 있는 매립형 DMB의 경우 주행속도가 시속 5㎞를 넘으면 영상 송출이 자동 중단되지만 손쉽게 불법 개조가 가능하다. 휴대전화 등을 통해 시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고려대에선 휴대전화를 보며 길을 걷던 학생이 교내 셔틀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새롭게 출현한 전자기기 사용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사례다.

 운전자는 물론이고 보행자 역시 한눈을 파는 몇 초가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아울러 운전중 DMB 시청에 대해 처벌규정을 둠으로써 실효성 있는 단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