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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지원’ 3인 역습 … 노무현계 표 갈리게 문재인 분리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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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후보인 유인태 당선인과 전병헌·이낙연 의원(왼쪽부터)이 긴급 회동을 하고 있다. 회동을 마친 후보들은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 합의’를 담합으로 규정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뉴시스]

정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유권자가 국회의원이다. 가장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선거 중 하나다. 4일 치러질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은 당초 ‘이해찬·박지원 연대’로 인해 박지원 최고위원의 일방적인 독주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1일 현재 상황은 예측불허다. 유인태 당선인, 이낙연·전병헌 의원은 1일 회동해 ‘반(反)박지원 연대’를 공식화했다. 세 사람은 공동 대응 논리로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역풍을 키우고 있다.

 ①이·박 연대에서 문재인 분리=문재인 고문은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동의했고, 박 최고위원과 만나선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이·전 세 사람은 이 고문과 박 최고위원만 때리고 있다. ‘문재인·이해찬·박지원 3자 동맹’에서 ‘2인 담합’으로 연대의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포석이다.

 유인태 당선인은 “문재인 고문은 둘(이해찬·박지원)이 연대한다고 (이 고문에게) 들었을 때 당내 공감대가 이뤄져 있었던 것으로 알아들은 것”이라며 “아껴야 될 자원을 이런 데 끌어들인 사람들이 잘못이다. 문 고문이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도 “문 고문이 무슨 대단한 역할이나 한 것처럼 박 최고위원이 언론에 공개했는데, 그런 일에 (문 고문을) 발 들이게 하고 발표까지 한 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후보도 “문 고문은 그렇게 추대하는 분위기인 줄 알고 나섰던 것 뿐”이라고 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를 앞장서 비판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고, 문 고문을 분리시켜야 노무현계의 표 분산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②이·박 대선 필패론=이해찬 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측근들은 당초 ‘이해찬+박지원 조합’을 ‘대선 필승카드’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프로’끼리 역할을 분담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낙연 의원은 “(이해찬-박지원 대선 필승론엔 당내에서도) 뜨악해한다”며 “역풍이 그렇게 크고, 국민들도 흥미를 잃어버린 카드가 대선 필승카드? 오히려 그 반대”라고 받아쳤다. 유 당선인도 “이해찬·박지원 조합이 되면 죽은 당이 된다”며 “대표 나오겠다는 사람 하나 없는 새누리당은 죽은 정당인데, 민주당이 지금 그걸 따라하려고 한다. 대선에서 지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이해찬=당 대표, 문재인=대선 후보’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버린다는 얘기다.

 ③이·박 오만론=유 당선인은 “김대중 총재 시절에도 의원들에게 여론수렴을 하고 지도력을 발휘했는데 이런 절차상의 독선은 유례가 없다”며 “일단 저지르고 나면 당이 제압되고 참 잘했다고 박수 쳐줄 줄로 착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도 “(이·박 연대엔) ‘우리 둘이 합의하면 다 될 거라는 오만한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고문 측근인 오종식 전 대변인은 “‘이·박 단합’이 명분에서 앞서 대세를 형성해가니까 상대 후보 진영이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어차피 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전날 초선 당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 스스로 비노(非盧)의 길을 걸어왔지만 (친노인) 이해찬 고문이 ‘만약 우리 둘 다 당권에 도전해 한 축이 무너지면 당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했다. 그 말씀에 감동받았다”며 자신이 ‘단합카드’임을 부각했다.

 일단 박 최고위원은 1차 투표에서 과반(64표)을 얻어 속전속결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1차 투표에선 박 최고위원의 과반 득표만 저지한 뒤 자신들 중 최다 득표자를 결선투표의 단일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 당초 ‘친노+호남 비노’의 결합 시 박 최고위원이 과반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친노 진영에서 유인태 당선인이, 호남 쪽에서 이낙연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면서 선거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전병헌 의원과 가까운 정세균 고문까지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협공하면서 1차 과반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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