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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새누리, 박근혜 1인 지배체제 … 자생력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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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후보 출마 선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영명 여사.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 정몽준(61)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차별화 선언’과도 같았다. 그는 정치·경제·복지·외교·안보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박 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특히 외교와 관련해 “국내 정치 안에서만 성장한 지도자는 현실에 과연 맞는가”라며 “바깥세상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나 공부 없이 몇 사람 만났다고 해서 지식과 지혜가 생기는 게 아니다”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서 2002년 월드컵 개최에 기여한 자신과 달리 국제무대에서 두드러진 활동이 없는 박 위원장을 겨냥한 셈이다. 정 의원은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을 통해 국제포럼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국제 문제에 공을 들여왔다. 그는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한 대북관계”를 강조하는 박 위원장과 대조적으로 “(북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 원칙 없는 대북관계는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내 문제에 대한 비판 강도는 더 세졌다. 그는 “전당대회가 2주 남았는데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없다”며 “나온다는 박근혜계는 등록을 안 하고 있고, 이명박계는 나가봐야 당선이 안 되니까 안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의중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누구도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중앙일보>4월 27일자 1면>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의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지도자는 보이는데 정당은 보이지 않는 건 기가 막힌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1인지배 체제’다. 좋게 말하면 리더십을 확고히 장악했지만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고도 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박 위원장이 반대하는 데 대해선 “박 위원장이 10년 전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을 하는데 한나라당은 왜 안 하느냐’며 탈당한 분 아니냐”고도 했다. 이에 박근혜계인 윤상현 의원은 “박 위원장은 당시 제왕적 총재 폐지와 당권·대권 분리를 요구하며 탈당했다가 수용돼 복귀했으며 국민참여경선 룰은 탈당 전에 받아들여졌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박 위원장과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다. 학교 다닐 때는 서로 알지 못했고, 정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테니스 모임에서 인사를 나누고 여러 번 운동을 함께했다고 한다.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발언을 했다.

 “(박 위원장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 복지정책은 분별력 있게 해야 한다. 전 세계 경제가 성장 없는 복지는 불가능한 흐름이다. 나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생각한다.”

 - 이명박계와 박근혜계가 화합이 됐다고 생각하나.

 “박 위원장은 당 대표 시절 파벌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왜 그런 말을 안 하는지, 지금은 파벌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 의원은 이번이 두 번째 대선 도전이지만 당내 경선 도전은 처음이다. 2002년 대선 때는 자신이 ‘국민통합21’을 만들어 후보로 나섰다.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합류한 그로선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게 약점으로 꼽힌다. 4·11 총선을 거치면서 측근으로 분류되던 전여옥·이사철·정양석·정미경 의원 등이 낙마했고, 당내 현역은 안효대 의원 정도가 남은 상황이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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