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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야기] 옛 명차들 속속 부활

중앙일보

입력

나이 든 카매니아들은 첨단 장치가 많아 복잡한 최신형 자동차보다 단순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의 자동차를 그리워한다.

이런 취향을 겨냥해 옛날 차량을 환생시킨 리바이벌 모델이 등장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폴크스바겐 비틀의 현대판인 뉴 비틀, 1950년대 BMW의 유명한 스포츠카인 507의 현대판인 BMW Z8 스포츠카, 역시 50년대 포드의 인기 스포츠카였던 선더버드의 환생판인 뉴 선더버드 등이 그런 차량이다.

특히 1920~30년대 스포츠카와 레이스카의 걸작으로 인정받던 프랑스의 부가티도 최근 현대판을 선보였다.

부가티는 1929년 세기의 무희 이사도라 덩컨이 이 차를 탔다가 사고로 죽는 바람에 더욱 유명해졌다.

이 차는 20세기 전반 자동차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예술가 집안 출신인 에또레 부가티가 빚은 걸작으로 유럽의 자동차 경주를 휩쓸고 상류사회 카매니아들을 매료시켰다. 뜨거운 엔진에 계란을 구워 먹을 만큼 깨끗하고 예술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부가티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사망하자 차의 명맥도 끊겼다. 그러다가 부가티 매니아들의 갈망을 풀어주기 위해 다시 현대판으로 환생했다.

가장 최근의 환생 작품이 지난해 말 선보인 '부가티 18/4 베이롱' <사진> 이다.

이 차는 18기통 6천3백cc 5백55마력의 초강력 엔진을 얹은 현대판 부가티의 네번째 모델이다.

차 이름의 18은 18기통, 4는 네번째 모델이라는 뜻인데 일반 도로용 승용차 중 기통이 가장 많다.

부가티의 환생 작품은 98년 파리 오토 쌀롱에 등장했던 118이 첫 작품이었다.

이어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 호화판 4도어 세단인 218,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제3탄인 수퍼카 '18/3사롱' 이 잇따라 선보였다.

18/4 베이롱의 디자인 목표는 부가티 전통을 이어받은 고성능의 아름다운 스포츠카. 스포츠카의 특성인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대담한 곡선형 차체 선형으로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차체는 카본으로 만들어 부가티 전통의 파란색 페인팅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말발굽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았다.

생전에 에또레 부가티는 말을 좋아해 처음부터 말발굽형 그릴을 달았고 이후 전통이 됐다. 내부에는 은행잎 문양을 새긴 베이지색 가죽으로 감싸 클레식카의 분위기를 살렸다. 최고 시속 3백50㎞까지 낼 수 있다.

주문 제작만 하는 18/4 베이롱의 가격은 비밀이지만 페라리 F550(미국 현지 가격 22만달러)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영선 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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